"대중교통을 이용하고도 요금 조차 모르는 데, 뭐가 좋아진다는 거죠."(서울 대중교통 이용시민) "자주 다니다 보면 대충 느낌으로 알 수 있지 않을까요."(서울시) 지하철과 버스의 이용거리를 합산해 요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 대중교통요금개편안 시행(7월1일)이 불과 40여일을 앞두고 서울시의 허술한 준비로 적지않은 혼란이 우려된다. 특히 이용자들은 버스 또는 버스∼지하철을 이용한 후에도 자신이 부담해야 할 요금을 정확히 알수없어 '행정편의적 개편안'이라는 지적도 그치지 않고 있다.
승객은 이동거리와 요금을 알 수 없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타는 거리만큼 요금을 낸다'는 것. 지금까지는 전철에서 버스로 갈아탈 때처럼 교통 수단을 달리할 때마다 요금을 내야 했지만 앞으로는 이동 거리 만큼만 요금을 내게된다. 요금은 교통수단에 관계없이 기본 10km당 800원에 10km를 넘으면 5km당 100원이 추가된다. 따라서 승객은 자신의 이동거리를 알아야 요금을 계산할 수있다.
서울시는 일단 전철은 모든 역에 지금처럼 탑승역에서 목적지역까지의 요금을 표시한 노선도를 부착할 예정이다. 문제는 버스. 개편안의 요금 부과 기준은 지도상의 거리가 아니라 버스의 실제 운행거리. 때문에 방향을 자주 바꿔야 하는 버스는 거리 파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시는 일단 버스 정류장마다 고유 번호를 부여, 각 정류장 사이의 거리를 입력해 둔 시스템으로 요금을 부과할 계획이지만, 이용자는 이 요금을 알 수가 없다.
시 관계자는 "승객이 버스를 탈 때와 내릴 때 입력기에 카드를 대면 자동으로 요금이 계산된다"며 "그러나 승객은 그 이동거리를 알 수 없다"고 시인했다. 때문에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는 승객은 자신이 얼마나 이동 했나를 알지 못한 채 요금을 내야 한다. 시는 승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모든 버스정류장에 각 정류장까지의 이동 거리를 표시한 지도를 부착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백지화했다.
'버스중앙차로실시 후 더 큰 혼란'
더구나 7월부터 도봉∼미아로를 비롯한 6곳에서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설치·운영되면 버스 정류장도 다시 들어서고 이 경우 버스정류장 사이의 거리도 바뀌게 돼 큰 혼란이 예상된다. 시 관계자는 "새 정류장이 들어서면 시스템을 크게 손 봐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만든 자료 또한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해 요금체계개편 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을 알았는데도 '답이 없다'며 손을 놓아 버렸다.
시 관계자는 "자주 다니다 보면 시민들 스스로 요금이 얼마인지 대충 감으로 알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이동거리나 요금을 정확히 알 수 없어 불편하겠지만 요금은 지금보다 분명 저렴해지기 때문에 시민들이 충분히 이해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첨단 시스템이라고 하더니 이용자들은 감으로 대충 요금을 계산하라는거냐"며 "특히 서민들은 교통요금이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정확한 요금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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