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연일 최고치 기록을 경신해 가고 있다. 지난 14일 뉴욕 상품시장에서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6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 당 41.38달러로 사흘째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39.08달러,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35.83달러로 역시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 이 같은 유가 움직임은 2·4분기부터 브렌트유 기준 연평균 26달러 선에 머물 것이라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당초 전망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불안한 중동 정세, 석유수출국기구의 증산 한계, 소비증가 추세 등을 볼 때 살인적 고유가행진이 누그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에는 배럴 당 50달러, 심지어 70달러 선도 넘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국제유가는 우리 경제의 최대 변수다. 초유의 고유가는 장기 경기침체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 것이 자명하다. 당장 우리 경제가 고유가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지나치게 경제위기 의식을 조장하거나 이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으나 고유가에 따른 경제위기는 결코 과장일 수 없다.
이른바 '트리플 악재'중에서 중국의 긴축정책이나 미국의 금리인상은 왜곡된 경제현상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 영향은 일시적이며 또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다르다. 고스란히 그 영향을 떠안아야 한다. 기업경쟁력 저하, 물가 상승, 내수침체, 경기냉각 등의 악순환이 뒤따른다. 무턱대고 에너지소비를 억제하다간 경기 불씨마저 꺼뜨릴 위험도 있다. 한은 총재가 "현재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고유가"라고 지적한 것은 이 때문이다. 내일 노 대통령 주재로 열릴 국무회의에 보고될 정부의 고유가 종합대책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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