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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살다가 뒤늦게 궁금해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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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살다가 뒤늦게 궁금해지는 것들

입력
2004.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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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음 이성에 눈을 뜨는 나이는 대개 언제쯤일까. 마흔일곱 해나 살아왔는데도 나는 그것을 잘 모르겠다. 아마 앞으로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그것만은 점점 더 모르게 될 것 같다. 내 나이 열다섯이거나 열여섯 혹은 열일곱이나 열여덟 무렵, 분명 그런 시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빠른 건지 늦은 건지 알 수가 없다.깊은 산촌에서 자라 우리 가족이 아닌 다른 집 사람을 처음 본 게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였고, 우리 동네 사람이 아닌 다른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본 것이 중학교에 들어간 다음이었다. 아마 집안이거나 같은 동네의 여자가 아닌 다른 동네의 여자와 이야기를 해본 건 고등학교를 들어간 다음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그 시기를 아들에게 물을 수도 없는 일이어서 아내에게 당신이 처음 이성에 눈을 뜬 나이는 언제쯤 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런 내 질문에서 어떤 불순한 기미를 읽었던 것인지 아내는 오히려 이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되물었다. 그건 갑자기 왜 묻는데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궁금하잖아.

살다가 이렇게 뒤늦게 궁금해지는 것도 있는 법이다. 그게 인생이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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