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강자전거도로 달려 보셨나요." 무슨 일일까. 지난 가을 자전거를 타다 왼팔을 부러뜨렸던 공무원 오모(24)씨는 직장 동료의 물음에 궁금증이 도졌다. 울퉁불퉁한 콘크리트 포장도로와 발이 꺼질듯한 경사로 때문에 정 떨어졌던 자전거도로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한강자전거도로는 지금 새단장이 한창이다. 시민들의 무릎연골을 상하게 하던 콘크리트 포장은 푹신한 아스콘으로 탈바꿈하고 자전거들의 '상습정체구역'은 확장공사가 착착 진행 중이다. 오씨를 응급실로 보냈던 급경사 구간도 한결 완만해졌다. 도로변 가로등도 증설되고 곳곳에 함정처럼 도사리던 맨홀 뚜껑들도 말끔히 정리됐다. 서울시가 2007년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 5%를 목표로 시작한 '자전거이용시설 정비 5개년 계획'이 본궤도에 올랐다. 시는 내년말까지 80억원의 예산을 투입, 전면적인 한강자전거도로 보수공사를 진행중이다. 지난 겨울 페달을 쉬고 있는 동안 '업그레이드'된 한강변을 오씨를 대신해 인라인 스케이트로 달려봤다.
초심자는 방화대교∼여의도로 오세요
행주대교 인근부터 시작되는 한강시민공원 강서지구에서 양화지구까지 3㎞의 자전거도로는 작년까지 시민들의 외면을 받던 곳이다. 곳곳에 널려있던 공사 잔해들과 거칠은 콘크리트 포장이 바퀴에 의존하는 시민들에게 반가울 리 없었다. 지난 4월까지 차선 도색작업을 마지막으로 정비가 완료된 이곳은 이제 평일에도 은륜(銀輪)들로 가득하다.
인라인스케이트로 갈아 신은 기자는 먼저 염창동 양화지구를 향해 주행을 시작했다. 1년 만에 달려보는 이곳은 작년까지 콘크리트 포장 구간이어서 진동을 견디지 못하는 초보자들이 자주 넘어지던 곳이다.
하지만 도로정비를 끝내고 아스팔트로 새롭게 포장된 이곳은 마치 고급승용차를 타고 달리듯 부드러운 승차감을 전해준다. 한강공원 양화지구에서 당산철교에 이르는 1㎞구간은 쭉 뻗은 주로가 시원하다. 맞바람만 불지 않으면 최고속도를 내도 무방할 정도로 완벽한 도로가 펼쳐진다.
문제는 당산철교 아래 내리막이다. 급경사와 급커브가 맞물린 이곳은 전체 한강 자전거도로 중 둘째 가라면 서러운 난코스. 경계석을 사이에 두고 차로와 맞붙어 있어서 사고가 잦은 곳이기도 하다. 시는 이 달 초 이곳의 도로 보수와 함께 경사도를 줄이는 공사를 마쳤다. 굴곡노선의 선회도도 줄여서 이제는 브레이크를 많이 잡지 않고도 통과가 쉽다.
한강자전거도로에서 여의도공원으로 연결되는 속칭 '토끼굴' 앞을 지나면 마포대교 확장공사구간이 앞을 가로막는다. 아직 정비가 완료되지 않아 공사차량이 위험하게 지나가기도 하지만 시공사측은 이 달 말까지 도로의 원상복귀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마라톤코스로 새 단장 여의도∼잠실지구
여의도지구 선착장주변은 서울시가 국제대회에 걸맞는 마라톤코스 개설을 위해 작년 가을 자전거도로 폭을 3배로 넓힌 곳이다. 12m 에 이르는 도로 폭이 주말 낮 시간 자전거와 인라인, 마라토너들로 붐비던 상습정체를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비록 다른 지역보다 넓어진 도로가 1.5㎞정도에 불과하지만 잦았던 충돌사고가 크게 줄어드는 등 많이 안전해졌다는 평이다.
63빌딩을 지나 여의도를 빠져나가면 8㎞ 떨어진 반포지구까지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이 다섯번이나 출렁인다. 자칫 속도제어를 못하면 난간 밖 한강으로 추락할 우려도 있던 곳이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 시설과 이연섭 주임은 "내리막에서 속도를 이기지 못하는 초보자들이 마주 오는 사람들과 부딪쳐 크게 다치는 경우가 많아 경사를 완만하게 하는 포장공사를 마쳤다"며 "반사경을 급경사 지역마다 설치해 사고를 예방하게 했으며 난간보수공사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강북자전거도로도 강남수준으로
"왜 강북 주민들만 홀대하는 거죠." 올해 초 경기 일산에서 마포구 공덕동으로 이사온 회사원 이모(34)씨는 강남에 비해 부실한 강북 자전거도로에 적지않게 실망했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에 항의전화를 걸던 이씨는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곧 화를 풀었다.
공원사업소 관계자는 "강남 지역 자전거도로가 발달한 이유는 강북쪽보다 한강의 물살이 약해서 강변의 평지가 넓었기 때문"이라며 "강북지역도 내년 1월까지 자전거도로의 포장재질을 아스팔트와 적색 아스콘으로 바꾸는 공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광진교와 잠수교에 강남·북 한강자전거도로를 잇는 자전거전용로 공사가 내달말 완료될 계획이다. 또 용산 이촌지구의 끊어진 자전거도로 300m 구간도 내년 초까지 복구된다. 7월까지는 가로등 76개가 추가로 설치돼 야간주행이 보다 안전해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자전거 이용시설 정비 5개년 계획'이 마무리 되는 2007년께는 강남과 강북의 자전거도로 '품질'이 비슷한 수준에 오를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자전거도로 주변 가볼만한 곳
한강주변에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놓치기 아까운 매력 포인트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밤마다 환상적인 야경을 뿜어내는 다리들, 원시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생태공원, 별을 이불 삼아 색다른 외박을 즐길 수 있는 캠핑장 등. 총 연장 78㎞에 이르는 한강자전거도로 인근은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선유도 등 생태공원에서 추억을
페달을 돌리던 정강이에 힘이 빠질 때쯤 신선들이 노닐었다는 선유도로 발길을 돌려보자. 정수장이 들어서면서 본 모습을 잃어버렸던 이곳이 생태공원으로 새로 태어난 것은 지난 2002년 봄. 지하철 2호선 당산역에서 내리면 이마에 땀이 맺히기 전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자전거도로와는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수생식물이 자라는 계단식 수조, 공원을 둘러싼 이국적인 자작나무 숲 등이 운치 있다.
난지캠프장 추억 만들기
가족들과 오손도손 바비큐를 만들어 먹는 맛은 겪어보지 않고는 모른다. 서울시내 공원에서 '고기 굽기'가 허용된 곳은 난지 캠프장 뿐이다. 2만1,000㎡(6,363평)의 면적에 68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난지캠프장은 특히 한강자전거도로와 상암 경기장과 연결돼 많은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 동호회원들의 '집합소'로 애용된다.
도심속 '무릉도원' 서래섬
동작대교와 반포대교 사이에 자리잡은 아담한 서래섬은 따뜻한 오후와 잘 어울리는 소풍의 명소다. 지난 80년대 한강종합개발 당시 인공적으로 조성된 이 섬은 수양버들이 수채화처럼 늘어서 있고 강가에서 오리와 거위들이 한가롭게 떠다니는 풍경이 아름답다. 물흐름이 느리고 수온이 높아 강태공들이 즐겨 찾는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지하철 3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800여m 떨어져 있고 승용차로 찾아갈 때는 여의도방향 올림픽대로에서 동작대교 못 미쳐 있는 진입로를 이용하면 된다. www.hangang.seoul.go.kr
/양홍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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