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기각결정과 관련, 결정문 곳곳에서 모순이 되는 문구들이 감지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표면적으로 소수의견을 배제한 채 다수의견만으로 결정문을 만들었지만, 선거법 위반이나 재신임 국민투표 발언의 위헌성을 지적한 부분에는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의 주장을 강하게 반영한 결과라는 전언이다.
즉 노 대통령에 대한 위헌·위법성을 지적한 앞부분은 소수의견의 뉘앙스가 주를 이뤘고, '파면할 만큼 중대한 위헌·위법이 아니다'라는 결론부분은 다수의견의 주장으로 채워졌다는 것. 대한변협 관계자는 "결정문 앞에서는 노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근거로 '적극성, 반복성'을 들었는데, 결론 부분에서는 '소극성, 수동성'을 이유로 중대한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점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실제 헌재는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이 선거법상 공무원 중립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근거의 하나로 "대통령의 발언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반복하여 특정정당에 대한 자신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한 점"을 결정문에 명시했다. 반면 기각 이유를 든 결정문 결론 부분에서는 '국가조직을 동원하여 관권개입을 시도하는 등 적극적, 능동적,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기자들의 질문에 응하여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나 정책구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소극적, 수동적, 부수적'으로 이루어진 점'이라고 밝혔다.
기각과 인용(파면)에 대한 재판관들의 의견대립뿐 아니라, 탄핵소추의결 과정의 절차적 하자(각하)와 관련한 의견대립의 흔적도 결정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추과정의 적법성은 인정하면서도 '바람직 하지는 않다'라는 문구를 결정문 곳곳에 배치, 절차적 문제점을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일례로 국회의 탄핵사유 조사 문제와 관련, 국회법에 강제규정이 없기 때문에 국회의 재량에 속하는 사안이라고 판단하면서도 '국회는 소추를 하기 전에 충분한 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함께 적었다. 의결 전 질의·토론 과정이 생략된 점에 대해서도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처럼 소수의견 비공개 조항을 둘러싸고 헌재의 극심한 고심의 흔적이 결정문에 드러난 가운데, 해당 조항을 만든 주역이 대검 안대희 중수부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주목 받고 있다. 주심 주선회 재판관은 여담으로 "안 부장이 법무부 근무 시절, 소수의견 비공개 조항을 만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고, 안 부장은 이에 대해 "(조항 작성에) 참여한 것은 맞다. 그걸 기억하시다니 주 재판관이 참 명확하시다"고 답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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