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전후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회동에서 재계는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전국경제인연합회 고위 관계자는 16일 "자리가 자리인 만큼 경제 회생을 위한 재계의 역할이 주된 화제가 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그 동안 계획을 잡아놓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집행을 미뤘던 각종 투자를 계획대로 밀고 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경제 살리기를 정책의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대통령 담화에 대한 일종의 재계 차원의 '화답'으로 보인다.
15일 담화가 나오자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 단체들과 대기업들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성장'보다는 '개혁'에 무게 중심을 둔 담화로 인해 재계의 속내는 결코 편안하지 않은 것 같다. 경제 현안에 대한 좁힐 수 없는 시각 차를 느끼는 데다 각종 사안을 놓고 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착잡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재계가 가장 껄끄럽게 생각하는 내용은 "개혁을 저지하고 불리한 정책을 유리한 정책으로 바꾸는 한편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위기를 확대하고 국민 불안을 조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못박은 대목. 언뜻 최근 재계가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각종 정부 정책에 대해 '경제위기론'을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진단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내수 업종의 경우 사상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은 분명하다"며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술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재계는 대통령 담화에 대해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는 '총론'에는 공감하면서도 공정거래법 등 각종 정책에 대해 개혁을 강조한 '각론'에는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재계와 정부의 갈등 양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전경련과 공정위가 반박자료를 내놓고 논란을 벌였던 것과 같은 직접적인 충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집권2기 화두로 개혁을 천명한 만큼 자칫 반발하다 불어올 역풍을 우려한 재계가 당분간 자세를 낮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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