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謙齋) 정선(鄭敾·1676∼1759). 조선 문화의 황금기를 일컫는 진경(眞景)시대를 개화시킨 겸재의 절정기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간송미술관이 16일 개막하는 '대겸재(大謙齋)전'은 정선의 회화 120여 점을 대거 전시하는 자리다.겸재의 산수화만 아니라 선비의 여유를 담은 풍속도, 치밀한 관찰과 묘사가 두드러진 초충·영모화 등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며 겸재의 60대 이후 완숙기의 작품이 대거 소개된다.
겸재는 북악산 곳곳과 아차산 일대, 송파나루, 양화나루, 압구정 등 18세기 한양을 중심으로 관동팔경, 단양팔경, 금강산 등 우리 땅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이번 전시에는 특히 겸재가 1749년 양천 현령으로 부임한 뒤 양수리부터 행주산성 일대까지 한강 주변 명승을 부지런히 화폭에 담아 엮은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의 작품이 상당수 포함돼 관심을 모은다. 중국 남·북방화의 화풍을 소화한 뒤 조선의 토산(土山), 암산(岩山)의 모습을 음양의 조화와 대비를 통해 표현하는 독특한 기법을 찾은 그가 대담하게 붓을 쓸어내리거나 먹을 찍어냄으로써 위태로운 바위 벼랑을 생생하게 묘사한 '청풍계(淸風溪)'는 노년의 겸재가 특유의 진경산수화풍을 대성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그림이다.
자화상으로 여겨지는 '독서여가(讀書餘暇)', 자신이 52세부터 사망할 때까지 기거했던 인왕산 골짜기의 집을 그린 '인곡유거(仁谷幽居)'에서는 선비의 멋과 우리 산천의 그윽함이 드러난다. 겸재는 섬세한 관찰, 세밀한 묘사에도 능했다. 매미의 날개가 하늘하늘 투명하게 비치고('송림한선·松林寒蟬'), 수박 속을 파먹는 한 쌍의 쥐('서과투서·西瓜偸鼠') 그림에서는 생동감이 넘친다. 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은 "이번 전시는 간송이 수집한 겸재의 그림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31일까지. (02)762―0442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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