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국무총리는 14일 업무에 복귀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큰 물을 건넜으니 이제는 말을 바꾸는 것이 순리"라는 말로 사의를 표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고난대행(苦難代行)'이라고 표현했던 자신의 소임은 이제 다했다고 정리한 것이다.고 총리는 이날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 하며 "1년 3개월 동안 열심히 하느라고 했지만 별 도움을 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참여정부 1기 총리의 임기는 총선과 새 국회 개원 사이라고 생각해 온 만큼 이제는 졸업을 시켜주셔야 할 것 같다"고 사의를 표했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잘 해 오셨는데 계속 하는 게 맞지 않냐"고 잠시 붙잡기도 했지만 고 총리가 뜻을 굽히지 않자 공감을 하며 아쉬움과 고마움을 전했다. 고 총리는 "대통령이 새로운 국정운영의 틀을 만드실 수 있는 편리한 시기에 졸업시켜 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고 총리는 오전 8시20분 출근하자마자 간부회의를 소집, 노 대통령에 대한 보고 및 업무인계 상황을 꼼꼼히 챙겼다. 고 총리는 헌법재판소의 선고 이후 "지난 두 달 동안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공정한 총선관리라는 소임을 차질 없이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국민께 감사 드린다"고 담화를 발표했다. 고 총리는 퇴임 후 테니스, 낚시 등 취미생활을 즐기며 틈틈이 통일문제에 대해 공부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대표직, 재보선 차출 등의 얘기도 나오지만 본인은 뜻이 없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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