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렌 버핏 투자법로버트 해그스트롬 지음·김중근 옮김
청림출판 발행·1만5,000원
"한국 주식의 시가 총액은 너무 적어, 한국 주식이 미국의 비슷한 기업에 비해 상당히 싸게 보이지만 사지 않을 것이다."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 워렌 버핏이 한 말이다.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지만, 버핏의 발언이어서 국내 언론에 일제히 소개됐다. 그만큼 그는 이제 우리와 친숙해졌다. 버핏은 미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에 이어 세계 2위의 부자다. 1956년 100달러로 투자펀드를 시작해 증권투자만으로 억만장자가 된 유일한 사람이다.
이 책은 이런 워렌 버핏의 투자기법, 나아가서는 철학을 다루고 있다. 한 마디로 어떻게 해서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느냐는 데에 대한 설명이다. 펀드 매니저로 버핏 전문가인 저자는 버핏의 투자성과가 뛰어난 것은 무엇보다 시장상황이 매번 바뀌었음에도 투자전략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다른 투자자들이 유행에 이리저리 몰려다니거나 비밀스러운 투자기법에 몰두하는 동안 평범하지만 일관된 투자전략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버핏은 투자할 때 3가지를 중시한다. 첫째는 기업이라는 측면에서 주식을 분석한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주가만을 살펴보지만 버핏은 기업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 "물고기에게 땅을 걷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 줄 수 있는가. 단 하루만이라도 땅을 걸어보는 일이 1,000년 동안 그것이 어떤 것인지 설명을 듣는 것보다 낫다. 마찬가지로 하루라도 기업을 경영해 본다면 1,000년 동안 설명을 듣는 것만큼이나 가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주식을 대할 때 마치 자신이 그 기업을 경영하는 듯한 마음가짐을 가지라는 의미다.
두 번째는 집중적이고 거의 변동없는 포트폴리오를 운용한다. 그는 스스로를 '집중 투자자'라고 말한다. 장기간 동안 시장수익률을 상회할 수 있는 소수의 주식을 선택하고, 그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단기적인 주가등락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보유하는 것을 뜻한다. "투자자는 평생 20번의 구멍밖에 뚫을 수 없는 펀치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가진다면 그만큼 신중해질 것이고, 절호의 기회가 올 때까지 끈기있게 기다릴 수 있다."
세 번째는 투자와 투기의 차이점에 대한 인식이다. 그는 지식이야말로 투자와 투기를 판가름하는 요인이라고 확신한다. 지식 수준이 높아지면 질수록 투기적인 생각이나 행동이 끼어 들 가능성은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와 투기를 구분했고, 둘 사이를 결코 넘나들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했다. "나는 사실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가지고 있지 않다. 훌륭한 투자 서적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다른 사람의 책을 열심히 읽고 그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을 그저 적용하기만 하면 된다."
최근 증시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아무 원칙없이 마구 굴러가는 것만 같다. 하지만 그 속에는 그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다. 혼돈의 시기일수록 한 걸음 물러나 조용히 바라보는 것도 투자의 한 방법이다. 이 경우 이 책은 좋은 참고가 된다. 버핏의 투자방식에 대해 비판도 많고, 그도 손해 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쨌든 그는 증시에서 억만장자가 됐다. 금융컨설턴트인 옮긴 이의 매끄러운 번역도 책 읽기를 도와준다.
이상호/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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