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기각결정은 민주주의와 법치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헌법질서의 최고 가치이자 원칙임을 모두에게 일깨웠다. 헌재가 대통령의 위헌 또는 위법 사실을 가차없이 지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으로 파면 할 만한 중대사유는 아니라고 결론 내린 것은 헌법정신과 국민의 뜻에 모두 충실한 결정이라고 본다. 헌정사 최초의 탄핵사태에 따른 갈등과 혼란, 헌재의 권위를 폄훼하고 위협하는 지각없는 여론까지를 의연하게 무릅쓰고 헌법수호의 최후보루로서 책임을 다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역사적인 헌재 결정의 의미를 어디에 비중을 두고 음미할 것인가는 탄핵에 대한 입장에 따라 엇갈릴 것이다. 우리는 무리한 탄핵소추가 이미 국민여론과 총선결과를 통해 부당하다고 심판되고 헌재가 이를 확인한 점에 비춰,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판단한 부분부터 살피고자 한다. 그것이 헌재가 이례적으로 대통령의 위법행위부터 조목조목 적시한 뜻을 옳게 헤아리는 것이라고 믿는다.
가장 논란이 됐던 선거중립의무와 관련해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을 제외한 모든 행정·사법 공무원이 여기에 해당되고,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당연히 포함된다고 판시한 것은 애매한 법규에 분명한 해석을 내놓았다고 본다. 이는 특정정당 지지발언을 반복한 것이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 것과 함께 일반의 인식과 어긋나지 않는다. 능동적·계획적 선거운동과 단순한 정치적 의견표시를 구별한 것도 추가 논쟁의 여지는 적다고 본다.
오히려 한층 주목할 것은 중앙선관위 경고에 대한 거부반응과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을 모두 위헌적이라고 규정한 사실이다. 헌재는 법치의 상징인 대통령이 선관위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고, 선거법을 낡은 유물로 폄하한 것은 헌법과 법률준수 의무를 어기고 다른 공직자와 국민에게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또 위헌적인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한 것 자체가 헌법수호의무 위반이라고 못 박았다. 이 두 가지가 헌법과 법치에 대한 대통령의 기본인식 또는 자세와 관련해 많은 국민에게 심각한 회의를 안긴 점을 상기하면, 대통령의 헌법 존중 및 수호 책임을 단호하게 일깨웠다고 봐야 할 것이다.
측근비리에 대해 취임 전 사건이어서 판단대상이 아니거나, 지시·방조 또는 관여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도 계속 논란할 실익은 별로 없을 것이다. 경제를 비롯한 국정 혼란 책임을 묻는 부분에 대해 탄핵소추와 심판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것은 보편적 인식과 법리를 확인한 데 뜻이 있다.
이런 여러 쟁점에 대한 판단이 법치 원칙을 확인한 것이라면, 탄핵기각 결정은 국민주권이란 민주주의 원리를 거듭 천명한 것이다. 헌재는 대통령의 위헌·위법이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거스를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며, 이를 이유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 파면하는 것은 국민의 신임과 민주적 정당성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론분열과 국정혼란 우려 등을 덧붙였으나, 이미 나타난 민의를 헌법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헌재 결정은 특정한 이해를 모두 넘어서서, 대한민국의 존립을 지탱하는 최고 규범인 헌법과 헌법질서의 존엄성을 거듭 천명하고 모두에게 일깨우고 있다. 그 교훈을 올바로 인식하고 실천하는 과제는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정치세력과 국민이 함께 짊어져야 한다. 그것이 나라와 국민 모두에게 상처와 고통을 준 불행한 탄핵사태를 딛고 민주와 법치를 발전시키는 지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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