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용 왕국의 딸기마을크레용 왕국의 유령마을
후쿠나가 레이조 글·조영경 옮김·박수지 그림
물구나무 발행·각 권 9,000원
일본 동화작가 후쿠나가 레이조가 '크레용'을 이미지로 해서 쓴 환상 동화시리즈 중 일부가 번역돼 나왔다. 출판사 고단샤에 따르면 일본에서 20년 동안 잘 팔리고 있다는 이 동화는 정확히 말해 크레용보다는 알록달록한 크레용의 색깔이 중요한 소재다. 꽃이며 나비가 말을 하고, 곰과 사람이 한바탕 사건을 일으키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색색깔의 크레용 이미지로 펼쳐 놓았다.
'크레용 왕국의 딸기마을'에 실린 10여편의 이야기는 주제가 다양하지만, 배경에는 한결같이 환경파괴에 대한 고발이 담겼다. 제비꽃이 한송이 꽃을 피우려고 해도 선로 위밖에는 필 곳이 없다. 수세미를 키우려 해도 가정집 한 켠 밖에 장소가 허락되지 않는다.
하지만 보라색 제비꽃, 푸른 수세미, 검은 곰, 파란 하늘, 밤색 도토리, 분홍 벚꽃잎, 노란 달님, 하얀 나비, 빨간 딸기가 마냥 우울하고 슬픈 건 아니다. 선로 틈새와 막다른 산속 등 구석구석에서 생명체들이 찬란한 존재를 빛내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자연을 아낄 줄 아는 아이들의 순박한 마음이 큰 몫을 한다.
겁 많고 소심한 초등학생 다케루가 방송사에서 일하는 이모와 함께 담력을 키울 겸 유령마을을 취재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크레용 왕국의 유령마을'은 일종의 괴담이다. 크레용 왕국 시리즈는 '일곱 개의 숲' '경찰 대장' '열두 달' 등이 이어서 나올 계획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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