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취약한 지배 구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원인이다."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이 재벌 집중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14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의 날' 세미나에서 재벌개혁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주문이 잇따랐다. '성장?개혁'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제 경제계 인사들이 끊임없는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스탠리 피셔 시티그룹 부회장은 이날 오후 '한국 등 아시아 경제 중장기 발전 방안'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불행하게도 한국 기업의 지배 구조는 아시아에서 나쁜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는 한국 기업의 주가가 대만 인도 태국 등 역내 다른 경쟁기업보다 낮게 형성돼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피셔 부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인용, "외환 위기 이후 재벌 일가가 직접 소유하고 있는 지분은 4% 이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교차 소유 형태로 계열사에 대해 통제하고 있다"며 "이는 국내 10대 재벌의 소유과 경영 간의 괴리가 갈수록 확대되고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소유와 경영간의 괴리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주가의 디스카운트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고 지적했다.
사이번 존스 미 MIT대 교수는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거시경제적 시사점'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한국은 투자자를 보호하는 법과 제도에 있어 중요한 취약점을 갖고 있다"며 "이는 많은 기업들이 지배구조상 문제점을 드러내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거시 경제의 불안정성은 상대적으로 거대 기업을 더 강하게 만들어 자본이 거대 기업에 집중되도록 한다"며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한국의 거시 경제의 안정성을 위해 몹시 중요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오전 열린 '아시아 통화 및 금융협력 제고 방안' 세미나에서는 아시아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역내 국가간 금융 분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잇따랐다.
베리 아이켄그린 미 버클리대 교수는 "아시아 외환 위기의 경험을 통해 금융 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역내 국가간 통화·금융 협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예측 불가능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융 자원의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토 다카토시 일본 도쿄대 교수도 "아시아의 풍부한 자금이 역내에 재투자되도록 역내 국가간 금융 규제와 감독의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이영태기자
ytlee@hk.co.kr
■李부총리 기조연설/"선진 시장경제 구축이 최우선"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14일 "한국의 개혁 방향은 효율성과 투명성, 책임성이 강화되는 선진 시장경제를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라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날 제주에서 열린 제37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한국의 날'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장기 성장전략에 맞춰 강력한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부총리는 이어 "정부의 역할은 시장 참여자들의 자유로운 공정성을 확보하면서도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과 교육 기회 균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기업 부문에서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를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했으며,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조화로운 노사 관계 정립을 위해 노력한 결과 합리적이고 평화로운 해결을 모색하는 노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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