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마법이 풀려야 하죠."직무정지 63일 동안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 경제, 안보 분야 전문가 20여명을 각각 만나 국정에 대한 의견을 듣고 토론하며 이런 안타까움을 털어놓았다. 또 역사, 인물, 경제 관련 서적들을 읽으며 리더십 문제를 파고 들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14일 배포한 '직무정지 63일, 곁에서 지켜본 대통령'이라는 자료의 요지다.
3월 12일 11시 55분,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됐을 때 경남 창원 (주)로템 공장을 견학하던 노 대통령은 "오늘 저녁까지는 괜찮다"며 주변 사람들을 다독였다. 그러나 청와대로 돌아온 그는 극도로 피곤한 모습이었고, 3∼4일이 지나서야 혈색을 되찾았다고 한다. 이후 매일 오후 5시에 권양숙 여사와 경내 산책을 하고, 주말마다 북악산 등반을 하며 직무정지 생활에 익숙해져 갔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순신 장군의 '시대를 초월한 리더십'에 관심을 가졌다. 조윤제 경제보좌관이 4월 초 추천한 '경제전쟁시대 이순신을 만나다'는 책을 통해서다. 4월 10일에는 권 여사와 광릉수목원을 찾는 것으로 한차례 갑갑함을 풀었다.
노 대통령은 유럽 역사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빌헤름1세, 로베스피에르, 나폴레옹 등을 언급하며 '승리자의 절제'를 강조했다. 4·15 총선에서 승리한 열린우리당에게 '겸손한 권력'을 주문하기도 했다.
경제와 관련해서는 '기술강국 2만불 시대', '동아시아 경제변화와 국가의 역할전환'을 읽었다. 경제참모, 전문가들과 2∼3시간씩 토론을 하기도 했다. 최근 금융시장과 유가동향, 중국경제 등 돌발현안도 관심거리였다.
노 대통령은 "경제에 대한 사회적 주제가 겉돌고 있다"며 "막연한 불확실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구조들에 대한 근본적 개선책이 논의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탄핵반대 촛불시위를 보면서는 "이제 세상은 이념대립의 시대에서 거버넌스(Governance) 경쟁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며 "국가운영은 국민적 합의에 의한 명분을 획득할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탄핵기간은 노 대통령에게 역사를 성찰하고, 자아를 재충전하고 국정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학습의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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