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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盧 대통령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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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盧 대통령 달라져야 한다

입력
2004.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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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무에 복귀한 노무현 대통령은 앞으로 여러 주문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사상 처음으로 탄핵소추를 당한 대통령으로서 그가, 또 나라 전체가 겪은 과정이 하나의 시련이었다고 한다면 이제 그 시련이 의미와 교훈으로 살아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노 대통령이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탄핵사태가 벌어지기까지에 이른 과거의 잘못과 그릇된 생각이 무엇이었던지를 되새겨 이를 버리고 새 출발을 해야 한다. 탄핵소추안 기각을 어느 한쪽의 승리나 패배라고 여기는 접근은 무익하다. 승리이든 패배이든 그 당사자는 모두 국민이고, 국민에게 노 대통령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직무정지 기간 노 대통령은 성찰과 탐구, 학습의 시간을 가졌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탄핵기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청와대의 성명은 노 대통령의 시련과 고민이 그만큼 깊었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이를 통해 모두가 바라는 것은 보다 성숙해져 돌아오는 대통령일 것이다. 노 대통령의 성숙은 무엇이겠는가. 한마디로 대결과 투쟁, 승리나 굴복 따위의 경박한 마음과 자세를 버린, 신뢰의 지도자상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직무를 다시 시작한 노 대통령에게는 미결의 국정 현안들이 산더미 같다. 빗나간 이념논쟁이나 공허한 명분론 속에서 표류하는 현안들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조정하는 국정 지도자의 역할이 시급하다. 모두가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중대사들이다. 갈등과 충돌을 벗고 통합과 상생을 도모하는 국정이 이루어져 국민들이 안정과 믿음을 찾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탄핵소추로 상처받은 대통령의 리더십을 치유해야 하지만 이는 일차적으로 노 대통령이 하기에 달려 있는 일이다.

노 대통령은 이전보다 강력한 위치에 서 있다. 수의 우위를 빌어 발목을 잡을 야당이 없어진 대신 과반의 물리력을 보유한 여당이 있다. 소수파 대통령의 초조함이나 무력감에서 벗어나 자신감과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반면 변명이나 방어에 급급하는 대통령의 태도는 설득력이 없다. 새로 갖게 된 힘을 오로지 민생경제에 전력 투구하는, 일하는 대통령으로 제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성실한 대통령에게 야당도 성실해질 수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에게는 아직 4년 가까운 임기가 남아 있다. 잃어버린 기간으로 불리는 지난 1년여의 혼란과 시행착오를 절대 되풀이해선 안 된다. 고통과 시련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으려면 노 대통령이 거듭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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