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평전만프레트 가이어 지음·김광명 옮김
미다스북스 발행·1만3,000원
독일의 대철학자 칸트가 서거한 지 올해로 200년(기일 2월 12일)이다. 오랜 개인교사 시절을 거쳐 대학강단에 선 그는 만년에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 등 3대 비판서로 근세 서양철학사에 또렷한 족적을 남겼다. 칼 포퍼 등 철학자와 예술가의 전기 몇 권을 쓴 언어학자인 저자는 이 평전에서 칸트 사상의 궤적을 좇는 데 중점을 뒀다. 칸트 200주기를 앞두고 지난해 독일 로볼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다.
칸트는 자신이 살던 사방 100리를 벗어나 본 적이 없으며, 어김없이 매일 같은 시간에 산보를 나갔던, 어찌보면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산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이 칸트의 삶의 고비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하지 않은 것은 칸트 철학의 발전과정에 무게중심을 두고 쓴 탓도 있지만, 칸트의 인생 자체가 파란만장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평전은 칸트의 철학이 어떤 배경을 거쳐 형성되는지 자세히 보여준다. 고향 쾨니히스베르크의 대학교수가 되고 10년 만에 완성한 '순수이성비판'은 전유럽에 일대 지진을 일으켰지만, 어느 정도 타력의 산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칸트는 윤리학 교수를 필생의 업으로 삼았으나, 국왕의 칙령에 따라 차선으로 고려하던 논리학·형이상학 교수가 됐기 때문이다.
칸트의 초기 사상은 뉴턴의 자연과학에 큰 영향을 받았으며, 영혼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시령자(視靈者) 스베덴보리를 비판적으로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또 그가 노년에 프랑스 혁명에 열광한 것은 일생 추구한 자유정신에서 비롯한 것으로 저자는 해석했다. 책의 상당 부분은 역시 걸작들이 발표된 말년의 삶과 철학에 초점을 두고 있다. 칸트 철학 입문서나 흥미진진한 위인의 전기로 읽기는 모자라지만 칸트의 사상이 자유, 비판 등을 키워드로 삼아 형성되는 과정을 잘 알 수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