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두 달여 만에 직무에 복귀한 노무현 대통령은 의외로 차분하고 담담했다.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들과의 오찬, 고건 총리와의 만찬 등 공식 행사를 가졌으나 대외적 발언은 자제했다.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12일 참모들과 만나 "결혼식장을 가보면 신부가 입장할 때 하객들이 모두들 고개를 빼들고 기다리곤 한다"며 "지금 (국민들) 분위기도 그런 것 같다"고 업무 복귀를 앞둔 부담감을 내비쳤다.
그는 "전부들 대통령이 어떻게 복귀하는지 앞문만 쳐다보고 있는데, 복귀하더라도 조용히 뒷문을 통해 입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때문에 청와대는 이날 대통령의 반응을 외부에 전하는 것도 무척 조심스러워 했다.
윤태영 대변인이 "겸허한 마음으로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인다.격려와 관심을 보내준 모든 국민들께 감사를 드린다"는 짤막한 논평을 냈을 뿐이다.
노 대통령은 헌재의 선고도 참모진의 배석 없이 관저에서 권양숙 여사와 TV를 통해 지켜봤다. 오후에는 본관 집무실에서 15일로 예정된 대국민 담화를 다듬었다. 18일에는 광주 5·18국립묘역을 방문하는 등 내주부터는 업무 복귀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오찬에서 노 대통령은 "그동안 잘 견뎌 주어서 감사하다"며 "이번처럼 절제했던 자세를 가져가면 더 큰일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식 비서실장은 "어려움을 잘 감내하신 데 대해 위로와 축하를 드린다"며 "새 출발 기점인 만큼 앞으로 잘 보좌하겠다"고 다짐했다. 수석·보좌관들은 노 대통령에게 '앞으로 많은 일을 하시라'는 뜻에서 만년필을 선물했다.
청와대 비서실은 대통령의 업무 복귀로 확연히 생기가 돌았다. 물론 헌재가 선고 초반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이라고 밝힐 때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지나치게 보수적인 판단"이라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이날 저녁 노 대통령과 15분간 전화 통화를 갖고 직무 복귀를 축하한 뒤 자신의 방북 계획을 설명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노 대통령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