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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 칸 영화제 개막 회견서 "할리우드가 英영화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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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 칸 영화제 개막 회견서 "할리우드가 英영화 장악"

입력
2004.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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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개막된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영국 영화계에 쓴소리를 했다.타란티노 감독은 이날 영화제 개막 기자회견에서 "영국 영화가 미국 할리우드에 의해 점령당했다"며 "영국 배우가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한 영국 영화는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고 영국 영화에 대한 불만을 거침없이 토로했다.

미 테네시주 녹스빌 출신인 그는 돈만 탐내는 영국 배우의 속물근성을 집중 거론했다. 조금만 인기를 얻으면 할리우드로 진출하려 하는데 이는 '할리우드 달러'때문이라는 것이다.

"스타덤에 오르는 순간, 미친듯이 영국을 빠져나가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그는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도 있어야 하지만 자생적인 질 좋은 작품도 있어야 그 나라 영화계가 산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영국 영화의 전성기였던 60년대에 대해 "당시 영국에서는 만들어질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이 자리에서 "미국과 인도, 홍콩의 공통점이 뭔지 아느냐"고 운을 뗀 뒤 "이들 나라에는 관객들이 보고싶어 하는 스타들이 있다는 게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관객들은 자기 나라 스타를 보러 영화관에 오기 때문에 스타가 제 자리를 지키는 나라에서는 영화산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지론이다.

기자회견장에 함께 참석했던 영국 여배우가 그의 발언을 반박하면서 호사가들의 입은 더욱 분주해졌다.

이번 영화제 심사위원이자 심리스릴러 '딥 엔드(Deep End)'에서 주연했던 틸다 스윈턴은 할리우드의 영국영화 독점에 대해 "한 브랜드만으로 영화가 존속할 수 없다"고 동감을 표시했지만 "할리우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영화는 없다"고 이의를 나타냈다. 그는 이런 점에서 영국 관객은 "할리우드와 영국 영화가 고르게 병존하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타란티노 감독은 1992년 '저수지의 개들'을 경쟁부문에 출품했고 94년 '펄프 픽션'으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차지하는 등 칸 영화제와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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