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기 국정을 이끌 여권 지도부의 진용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김근태 전 원내대표와의 동반입각 문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면서 여당과 정부의 배치표가 연쇄적으로 헝클어질 조짐이다.이 같은 현상은 대권 및 당권의 예비주자들이 서로 상대의 거취를 놓고 견제를 벌이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과반수 의석을 부여 받은 여권이 국정안정을 기하기는커녕 권력놀음에만 몰두, 민의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늘고 있다.
정 의장은 13일 입각 여부와 관련,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이 나는 대로 주변 분들과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의장 주변에선 입각론이 약해지고, '의장직 유지론'이 조금씩 세를 얻는 분위기다.
이런 기류 변화는 "통일장관을 희망하는 김 전 대표를 의식, 입각 시 정 의장의 입지를 넓히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 많다. 11일 천정배 원내대표 당선 축하모임에 참석한 일부 당선자들이 "적어도 부총리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입각을 만류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 의장이 의장직을 유지하더라도 김 전 대표는 "갈 길(입각)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한 측근은 "정 의장이 어떤 선택을 하든 개의치 않는다"며 "대통령의 입각 제의를 '호의'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당내 서열 2위로 차기 당권을 노리는 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의 경우 평소 "천·신·정은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점으로 미뤄, 법무장관 등 입각 쪽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
하지만 여권내 역학 구도를 감안할 때 아직까지는 '정 의장 입각론'이 우세한 편이다. "입각시 정 의장이 국정 경험의 기회와 차기 대권주자로서 자질을 수련할 수 있는데다, 과반 여당의 사령탑으로 천정배 원내대표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의장직을 유지할 경우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정 의장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측근도 "대통령의 2기 국정운영을 충실히 뒷받침하겠다는 게 정 의장의 생각"이라며 "입각 제의를 누가 거부할 수 있느냐"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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