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대로 거의 6개월 만에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빌 vol.2’가 우리 앞에 선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 전편의 그 지독한 액션의 향연에 한없이 매료되었던 이들이라면 다소의 실망을, 반면 그 향연이 너무나도 잔혹해 치를 떨었던 이들이라면 적잖은 안도감(?)을 맛볼게 틀림없다. 단적으로 영화는 1편의 액션 스펙터클보다는 드라마에 무게중심을 두기 때문이다.오로지 더 브라이드(우마 서먼)의 시점에서만 전개된 전편과 달리 2편의 주인공은 2명이다. 물론 더 브라이드와 그녀의 최종 복수 대상인 빌(데이비드 캐러딘)이다. 영화는 한때 세계적 악명을 자랑하던 ‘데들리 바이퍼 암살단’의 가장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운 동료였으며 연인-당연히 더 브라이드가 뱃속에 품고 있던 아이는 빌의 아이였다-이기도 했던 두 사람이 왜, 원수지간이 되었는지를 ‘친절하게’ 묘사한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뜻밖에도 일종의 러브스토리 혹은 멜로드라마의 모양새를 띤다. 아울러 혹자에겐 미처 예상치 못했을, 또 다른 혹자에겐 충분히 예상하고도 남음이 있을 ‘반전’이 더 브라이드와 우리네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혹시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까 싶어 상술하진 않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관객은 두 주인공보다 이 캐릭터에 반할지도 모르겠다. 바로 빌의 매개로 더 브라이드에게 최상의 무예를 전수시켜 주는 쿵푸의 달인이자 전설적 악당인 파이 메이(유가휘). 그로 인해 영화는 사무라이 액션이 압도했던 전편과 달리 십지심장파열법, 공중제비, 스위칭 등 맨 주먹과 육체를 이용한 리드미컬한 쿵푸 액션이 주조를 이루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잔혹 액션 드라마에서 기대치 않았던 코미디의 기운까지 띠게 되며, 더 나아가 전편보다 한층 더 입체적이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일까, 영화에서 가장 유쾌하고 흥미 넘치는 대목이 그 괴짜 노인을 스승으로 모시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혹독한 수련을 받는 시퀀스인 것은.
한편 ‘더 블루스 : 소울 오브 맨’은 ‘킬빌’ 시리즈와는 완전히 대조적인 성격의 수작이다. 1999년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으로 잊혀졌던 쿠바의 전설적 뮤지션들을 되살려냈던 빔 벤더스가 이번엔 20세기 초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세 명의 블루스 뮤지션인 블라인드 윌리 존슨, 스킵 제임스, J.B. 르누아르의 음악을 통해 역시 잊혀졌던 블루스의 전설을 스크린 위로 복원시킨다.
영화는 세 음악인을 담은 기록 영상과 감독이 감쪽같이 연출한 재현 장면, 그리고 그들의 음악을 현재의 뮤지션들이 공연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들을 한데 뒤섞어 독특한 한편의 다큐멘터리로 탄생시킨 것이다. 감독은 “다큐멘터리보다는 마치 시처럼 묘사하고자 노력했다”고는 하지만. 그 시적 작업에 주저없이 동참하기를 강권한다. 간만에 영혼의 울림을 맛보게 될 테니까….
전찬일/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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