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와 선친이 수집, 집필한 자료들은 연구자료로서 가치가 높습니다. 집에서 묵히기보다 공공기관에 맡겨 필요한 사람들이 널리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서화 감식과 우리나라 미술사 연구의 선구자인 독립운동가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1864∼1953)의 막내아들이자 조선 말기 개화사상을 고취한 역관이었던 역매(亦梅) 오경석(吳慶錫·1831∼1879)의 손자인 오일육(吳一六·81·사진)씨가 한국서화사 연구의 바이블로 꼽히는 위창의 명저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초고를 비롯한 선친과 조부의 유품 486점을 최근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 기증했다. 오씨는 13일 이를 기념해 열릴 '역매·위창 콜렉션'전 설명회에 참석, "문화재는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공공의 재산인 만큼 선친의 유지를 이어받아 유물을 잘 간수해왔으나, 이제 그 가치를 알아주고 연구할 곳에 기증하게 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오씨가 기증한 자료는 위창의 '근역서화징'친필 초고본(1928년) 외에도 역매가 역관으로 중국을 오가며 중국 문인, 금석학자와 주고받은 편지글 292통을 모은 '중사간독첩', 현존 최고본으로 알려진 '3·1 독립선언서' 원본 등이다.
모두 한국서화사, 한·중 문화교류사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문화재급 자료다. '근역서화징'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1,117명의 서예가, 화가, 서화가에 대한 기록으로 한국서화사를 집대성한 역저이다.
오씨는 "1997년과 2001년 두 차례 예술의전당에서 역매, 위창의 유품 전시를 한 것이 인연이 돼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중사간독첩'은 구한말 한·중교류사 연구에 소중한 자료임에도 개인의 힘으로는 해역해 출판하기 어려워 활용도가 낮아 아쉬웠다"며 "예술의전당에 영인본 간행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기중, 보성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이승만 대통령 비서, 주미대사관 서기관으로 일했으며 서울상공 대표이사, 극동건설 부사장 등을 지냈다. '역매·위창 콜렉션'전은 25일부터 12월31일까지 열린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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