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월 무역적자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 고유가와 함께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불안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미국 상무부는 3월 무역적자가 46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12일 발표했다. 이는 2월의 421억달러에 비해 9.1% 늘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의 예상치였던 430억달러 적자를 크게 넘어섰다. 수출이 전월에 비해 2.6% 상승했지만 수입은 이보다 2배 가까운 4.6%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수입 증가 규모는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입물품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함께 원유가격 급등도 적자 폭 확대에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 석유 제품 수입액은 전월에 비해 16억달러 늘어난 138억달러를 기록했다. 가격 또한 상승세를 타 3월 중 평균 원유 수입가격은 배럴당 30.64달러로 전월의 29.17달러에 비해 1.5달러 가량 높아졌다.
특히 12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 가격이 40.77달러를 기록, 종가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유가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도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도이체방크의 마이클 루이스 상품연구 부문 대표는 "유가는 세계 수요의 증대와 지정학적인 위험, 비 석유수출국기구의 공급 감소 등에 따라 더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역적자 확대는 한편으로 경기회복에 따라 미국 내 소비가 견실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들은 "수입 급증은 미국 소비자들이 세계 경제의 주요한 기관차라는 점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이 무역적자 문제 해결에 실패해 적자규모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될 경우, 급격한 금리 인상 등 무리한 정책을 쓸 수밖에 없어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1일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유가 상승과 함께 미국의 기록적인 무역·재정적자를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OECD는 미국이 이러한 적자를 되돌리는 과정에서 세계 경제의 나머지 부분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번 무역적자 확대로 드러난 미국의 뚜렷한 내수 경기 회복세가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OECD는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4.7%로 전망했지만 일본은 3%, 유럽연합은 1.6% 등으로 낮춰 잡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3일 "늘어나는 적자는 건전한 수요 증가를 나타내는 것이지만, 고유가가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가시키고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