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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 3%돌파-중소기업 자금난 "한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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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 3%돌파-중소기업 자금난 "한계"에

입력
2004.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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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벤처기업 A사는 요즘 거래은행에서 대출금 2억원을 갚으라는 요구에 매일 시달리고 있다. 친척이나 아는 사람들에게도 이미 운영자금을 빌려 쓴 터라 더 이상 돈을 빌릴 수도 없고, 담보능력마저 없어 은행권 대출은 아예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이 회사 이모(48) 사장은 "벤처 신화를 이뤄보고자 1999년 창업했으나 결국 5년도 안돼 부도를 맞게 될 형편"이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중소기업 4중고 신음

장기적인 내수침체와 고유가, 원자재난, 중국산 저가제품 수입급증 등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한계에 달했다. 중소기업의 금융권 대출에 대한 연체율은 3%를 넘어섰고, 제도권 대출마저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경우 고리대금 업체를 노크하는 사례가 급증, 부도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말 현재 국내 19개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3.0%로 잠정 집계돼 전달에 비해 0.2%포인트나 상승했다.

국민은행은 3월말 3.8%에서 4월말 4.0%로 상승했고, 우리은행은 2.8%에서 3.2%로 높아졌다. 외환은행도 2.2%에서 2.5% 정도로 상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지만 고유가와 중국의 긴축 쇼크,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의 악재로 우리 경제의 '더블딥(이중 침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연체율이 호전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프라이머리 CBO만기 비상

중소·벤처기업이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대거 발행한 프라이머리 회사채담보부증권(CBO) 만기가 돌아와 자금난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22일부터 166개 중소·벤처기업이 발행한 프라이머리 CBO 4,500억원이 만기 도래한다. 이들 기업은 만기가 돌아오는 CBO에 대해 전액 상환하거나 일부 상환 후 만기를 연장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어 6월 16일에 4,3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오고, 8월과 10월, 12월 등 순차적으로 모두 2조3,000억원가량의 프라이머리 CBO만기가 돌아온다.

이 같은 중소기업의 자금난에 대해 정부는 정책자금 6,000억원을 추가 조성하고 9,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을 통해 자금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규모로는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사금융 피해도 급증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수도권의 B사는 대출금을 갚기 위해 연 100%가 되는 사채를 빌려 급한 불은 끄긴 했지만 늘어난 이자를 앞으로 어떻게 감당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출금을 갚기 위한 목적이다 보니 고리의 사채를 빌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실제 서울의 C 대부업체에는 B사처럼 돈을 차입하러 오는 중소기업인이 100여명에 달하지만 실제 대출을 받은 사람은 3∼4명에 그치고 있다.

고리의 사금융을 썼다 부도직전에 놓인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플라스틱 제조업체인 D사 김모 사장은 직원 월급을 마련하기 위해 올 초 5,000만원을 빌렸으나 연체를 하면서 월 25%(연 300%)의 고금리를 물고 있다.

이 회사 사장은 "사채 이자를 갚느라 직원들의 봉급도 두달째 밀려 있다"며 "조만간 회사를 대부업체에 넘겨줘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같은 사금융 피해접수 건수는 올 1월 211건, 2월 213건, 3월 224건, 4월 227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거래소 상장과 코스닥 등록기업 727개 중소기업 가운데 34%에 해당하는 249개 업체가 부도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빚을 얻어 은행권 대출을 갚으려다 보니 은행권 대출도 쉽지 않은데다, 일부 기업은 사채마저도 빌리지 못한 어려운 실정에 있다"며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으로 줄줄이 무너질 경우 국내 경제기반이 붕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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