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신의 기적이다."전쟁의 상흔으로 얼룩진 이라크 국민들이 모처럼 감격을 맛보았다.이라크 축구가 기적처럼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게 됐기 때문. 이라크는 13일(한국시각)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2004아테네올림픽 아시아 C조 예선에서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를 3―1로 꺾었다. 이로써 3승3패(승점 9)가 된 이라크는 오만(2승3무1패)과 동률이 됐으나 골득실에서 앞서 한국 일본과 함께 아시아 대표로 올림픽에 나가게 됐다.
이라크가 서울 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본선티켓을 따낸 과정은 너무나 극적이었다. 이날 경기 전만 해도 이라크의 올림픽행은 불가능해 보였다. 오만이 승점 8(2승2무1패)로 선두였고, 이라크는 쿠웨이트(승점 7·2승1무2패)에 이어 3위(승점 6·2승3패). 이라크는 조 최하위인 사우디(승점 5·1승3무1패)에 무조건 이기고, 조 1, 2위인 오만과 쿠웨이트가 비길 경우 오만과 골득실을 따져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우리 팀이 이기고 쿠웨이트와 오만이 비기는 기적이 일어나길…."이라크인들은 신께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전쟁으로 변변한 경기장이 없어 이웃 나라인 요르단에서 홈경기를 치러야 했지만 기도가 통한 것일까. 전반 21분 사우디에 선제골을 허용한 이라크는 하이다르 하산이 6분 뒤 동점골을 뽑고, 후반 15분과 44분 살리와 하와르 모하메드가 연속골을 터뜨렸다.
경기 종료와 함께 오만과 쿠웨이트가 0―0으로 비겼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라크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 안은 채 굵은 눈물을 쏟았다. 거리로 뛰쳐나온 이라크인들은 밤새 축포를 쏘아댔고, 바그다드의 하늘은 예광탄 불꽃으로 붉게 물들었다. 아흐메드 알 사마리 이라크 올림픽위원장은 "오늘 승리는 이라크 올림픽 역사의 가장 위대한 순간"이라고 감격해 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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