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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高환율 정책만이 살길

입력
2004.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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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봄이 가고 신록의 5월이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봄은 오지 않고 혹심한 불황의 한파만 휘몰아치고 있다. 미국 일본을 비롯하여 중국 인도 등 세계 경제는 20년만의 최대 호황인데 어떻게 해서 한국경제만 나홀로 저성장이고 극도의 불황과 실업난에 허덕이는 것인가. 정부 경제단체 경제연구소 학계 등이 우리 경제의 근본 문제점에 대해 무언가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재검토해 보아야 한다.최근 우리 경제의 특징은 수출과 경상수지는 호조이나 내수와 투자는 얼어붙어 있고 실업률과 신용불량자 문제 등은 최악의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산업 전체로는 경쟁력이 없는 가운데 자동차 전자 휴대폰 조선 반도체 등 일부 업종만 수출이 잘되고, 기업들이 중국 특수가 불안한 나머지 시설투자를 확장하지 않고 기존시설만을 풀 가동해 신규 고용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수출 따로, 고용 따로, 내수와 투자 따로, 그리고 고용없는 성장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그에 따른 대책으로 신용불량자 구제, 특소세 인하, 서비스업 지원, 창업투자시 세금 감면 등을 발표했으나 실효성은 없고 재정적자 확대 등 부작용만 생길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다. 참여정부는 출범 이래 투자를 증가시켜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행정규제·노사분규·반기업 정서 등의 완화에 힘을 쏟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 투자와 고용 감소는 여전하고 공장 해외이전은 계속되고 있다. 정책마다 현실을 겉돌고 헛바퀴만 돌리고 있다.

기업이 공장을 짓고 신규 투자를 하려면 우선 제품이 팔리고 이윤이 생겨야 한다. 제품이 팔리려면 수요 즉 수출과 내수가 늘어나야 하는데, 내수도 수입품과 경쟁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국제경쟁력이 높아야 하며 그것은 곧 환율에 달려 있다.

환율이 높을수록, 다시 말해 원화가치가 떨어질수록 수출은 증가하고 수입은 감소해 수출과 내수산업이 활기를 찾게 된다. 그러면 고용증가―소비증가―투자증가로 이어져 경제는 호황이 되고 국제수지도 호전된다. 반면 환율이 떨어지면 이와 정반대로 경제는 불황이 되고 국제수지도 악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제원리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외교총력을 기울여 환율전쟁을 하는 것이고 실제로 그런 전쟁을 불사한다.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을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강력히 반대했으나 일본은 적극 지지하고 파병까지 했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국 달러 약세 때 유로화는 환율이 40% 폭락할 정도로 강세가 되어 EU경제는 침체와 고실업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엔화 환율은 12%만 떨어져 미국, 영국과 더불어 경제가 회복되고 실업률도 감소하고 있다. 또 미국은 대 중국 무역적자가 연 1,200억 달러로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며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인하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와 정치권, 학계 등에서는 환율을 올려서 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정책이나 주장은 전혀 나오지 않고 증권시장 안정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러니 우리 경제가 붕괴되는 것이다. 1997년 우리가 치욕적인 IMF 사태를 당한 것도 저환율 유지로 무역적자와 외채가 급증하여 터진 것이다.

정부는 경제가 더 이상 무너지기 전에 일본같이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통해 적어도 일본 중국 제품과 경쟁이 되는 수준까지 환율을 올려야 한다. 그래야 산업이 살고 고용이 증가하며 부품 수입의존도가 떨어지고 공장의 해외이전도 막을 수 있다.

한국경제의 운명은 이미 개방된 자본시장 자유화 속에서도 환율과 외국자본을 의도한 대로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음을 정부는 시급히 깨닫고 신속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채규대 경제노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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