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생활하는데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가 바로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일이다. 자동차가 없으면 당장 쇼핑이나 등교, 여행 등 기본생활에 지장을 받게 되는데다 운전면허증 자체가 가장 중요한 신분증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운전면허증이 없으면 은행계좌 개설, 개인수표 사용, 학교 등록 등이 불가능하고 심지어 맥주 한 병 사는데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물론 한국 여권을 신분증으로 인정해주는 곳도 있지만 소지하고 다니기 불편한데다 운전면허증만을 요구하는 곳이 더 많기 때문에 장기 체류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한다.그런데 최근 조지아대가 있는 이곳 애덴스시를 찾는 한국 유학생이나 교환교수 가운데는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 먼 거리를 달려 주내 다른 도시를 찾는 사람이 많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응시자가 많아 주행 시험을 치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거니와 한국인들에게 유난히 까다롭게 구는 시험관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부 한국인들이 이들 시험관들과 시비를 벌이는 바람에 한국인 전체가 밉보였다는 것이다.
설마 그런 이유때문에 공정해야 하는 면허시험이 영향을 받겠느냐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주변에 시험관들과 시비를 벌였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봐서 아주 낭설은 아닐 듯 싶다. 또 지난해까지 실시됐던 한국어 필기시험이 올해부터 없어진 것도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한다.
이들이 밝히는 시비의 형태로는 "영어지시를 제대로 못 알아들었는데 한 번만 기회를 더 달라"는 읍소형에서부터 "내가 한국 운전경력이 10년인데 작은 실수로 떨어뜨리느냐"는 생떼형까지 다양하다. 반면 미국인들은 면허시험에 떨어질 경우 대부분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 뒤 이를 수긍하는 편이라는 것이 한 미국인 친구의 설명이다. 미국 시험관들로서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이어서 시비 자체에 불쾌감을 가졌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병원에서 대기시간 등을 이유로 시비를 벌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환절기에 아이가 아파서 이곳 소아과를 찾을 경우 예약시간에 맞춰 병원을 방문해도 환자가 밀리면 30분∼1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처음 이 곳을 찾은 한국인 중에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지 못해 대기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접수계 직원과 말싸움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우리 아이가 아픈데 시간을 넘겨 기다리게 하느냐"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러한 시비는 대부분 우리 사회 특유의 조급함과 일종의 특권의식, 편법을 눈감아주는 사회인식 등이 복합돼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내가 벌인 사소한 시비 때문에 나중에 도착한 한국 유학생이나 방문 가족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만 느긋한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이상연 미국 /조지아대 저널리즘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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