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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현대차 "다임러 得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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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현대차 "다임러 得失"

입력
2004.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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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는 남편이 했는데 위자료는 부인이 내고 이혼한 격이죠."현대차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전략적 제휴가 4년 만에 파경을 맞자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현대차의 '이혼' 후유증은 적지 않아 보인다. 다임러의 현대차 지분(10.5%) 처분 방침이 흘러나오면서 주가는 한달 새 무려 20%나 급락, 12조원을 넘던 시가총액은 9조원 대로 추락했다.

반면 다임러는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었다. 현대차 지분 매입에 4,000억원을 투자하고 1조원 이상을 챙길 수 있게 됐다. 또 유로화 강세를 들어 500억원을 투자한 상용차엔진합작공장 회수금으로 600억원을 받아 냈다. 4년간 동거 끝의 '재산 분할'에서 현대차만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다.

현대차가 바보짓을 한 걸까. 그러나 양사가 제휴를 맺은 2000년6월로 시계바늘을 돌리면 현대차만 일방적으로 나무라기는 힘들다. 당시 외국인투자유치는 절대선이고 국가적 과제였다. 브랜드 가치와 기술 부문에서 열세인 현대차로선 상용차 부문의 파트너 제휴가 불가피했다. '왕자의 난'으로 인한 이미지 추락을 만회하고 경영권 안정을 도모해야 할 사정도 있었다. 애초부터 공평한 계약은 기대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주식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지금 현대차의 교훈은 다른 기업들에게도 타산지석이다. 외국인들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와 기술력을 한 단계 더 높이는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 품질로 승부하지 않으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깨우쳐 준 다임러와의 결별사태는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 앓아야 할 성장통(成長痛)인지도 모른다.

/박일근 산업부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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