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주간의 한 복판인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제23회 한국교육자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초등·중등 대상 수상자 2명은 사랑과 매로 교육을 해온 교사들이다. 초등 김정자 교사(강원 횡성초등)는 33년 동안 사랑으로 아이들을 보살폈다. 이 엄마 같은 선생님은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일찍 하교하는 저학년 대신 6학년만 맡아왔다. 중등 황호훈 교사(서울 양강중)는 112신고를 당하면서도 매를 들었다. 이 아버지 같은 선생님 덕에 '문제학교'는 완전히 달라졌다. 사랑과 정성만 있으면 가르치는 방법은 큰 문제가 아니다.■ 스승의 사랑에는 매가 들어 있고, 매에는 사랑이 담겨 있다. 스승의 날 노래처럼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는' 스승의 은혜란 사랑과 매의 적절한 배합을 통해 기억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사들은 사랑을 베풀기 어렵고 매를 들기 겁난다고 한다. 우선, 여전히 많은 학생수와 잡무의 부담이 문제다. 학생들과의 스킨십은 억지에 가까운 노력을 해야만 가능해진다. 매와 체벌은 말썽을 낳는다. 학부모들의 교권 침해사례는 갈수록 늘고, 학생들은 걸핏하면 경찰에 신고를 하는 세상이다. '이유 있는 매'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는 드물다.
■ 문제 있는 교사들도 많다. 해마다 이맘때면 지적되는 불법 찬조금과 촌지 요구사례는 올해에도 어김이 없었다. 얼마 전에는 마산의 한 초등학교가 돈이나 걷는 어머니회를 해체키로 했다는 뉴스도 보도됐다. 교사의 이미지를 구기는 사람들 때문에 대부분의 교사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스승의 날이 다가올수록 우울해지거나 민망하다는 말이 들려온다. 그래서 스승의 날엔 아예 쉬어 버리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가 서울·경기지역의 학교 90곳을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13.3%인 12곳이 스승의 날 휴업을 결정했다고 한다.
■ 스승의 날은 원래 겨레의 스승인 세종대왕의 탄신일에 맞춰 5월15일로 정해졌지만, 선물수수 관행이 정착되면서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날이 돼 버렸다. 가정의 달이며 감사와 사랑의 달인 5월에는 돈이 많이 드는데, 스승의 날까지 챙겨야 하니 힘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스승의 날을 옮기자는 사람들이 많았다. 올해에도 광주지역 학부모·교사들은 2월로 변경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형식적으로 금품이나 주는 5월보다는 한 학년을 마치면서 사랑과 매에 감사를 표시하는 '책거리'의 의미도 부여할 수 있는 2월이 더 나을 것 같다.
/임철순 수석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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