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의 대게잡이가 막바지에 접어든 5월, 서해안은 꽃게잡이로 바다가 들썩인다. 꽃게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어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않아 웰빙트렌드에 딱 들어맞는 음식. 해마다 5,6월이면 서해안의 꽃게를 한마리라도 더 잡으려는 남ㆍ북한 어민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정도이다. 1998년 연평대전, 2002년 서해교전이 모두 꽃게 때문에 일어났다. 우리 정부가 최근 북한측에 군사회담을 제의한 이유가 꽃게잡이철에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꽃게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집앞에서 꽃게를 맛보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바다를 보며 꽃게를 먹는 호사를 부려보자. 충남 태안반도의 끝자락인 안면도로 향한다. 그 곳에는 지금 꽃의 향연이 열리고 있다. 꽃의 땅, 꽃지해수욕장에서 보는 낙조까지 더해진다면 완벽에 가까운 여행이 된다.
안면도는 원래 섬이 아니라 육지에서 뾰족하게 튀어나온 곶이었다. 그러다가 조선 인조때 세금으로 거둔 곡물운반선의 왕래를 쉽게 하기 위해 땅을 절단, 섬이 돼버렸다. 1970년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가 생겨 다시 육지로 변할 때까지 수백년을 섬으로 살아야 하는 얄궂은 운명을 겪었다.
"알이 꽉꽉 찬 꽃게 드세요"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에서 나와 서산 A,B방조제를 지나 안면대교를 건너면 백사장해수욕장이다. 도로사정이 좋아 교통체증만 없다면 서울에서 2시간30분이면 닿는다. 백사장해수욕장은 싱싱한 꽃게와 대하의 집산지이다. 꽃게잡이를 나간 배가 들어오면 해수욕장 인근 수협공판장에서 즉석 경매가 이뤄진다. 일반인이 경매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구경만 해도 재미가 쏠쏠하다.
이렇게 팔려나간 꽃게는 인근 횟집에서 맛볼 수 있다. 꽃게를 먹기 가장 좋은 때는 5~6월. 산란을 앞둬 알이 꽉 찬 시기다. 가을에도 꽃게잡이가 성행하지만 이미 산란을 해버린 상태라 봄철만 못하다.
꽃게는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반면 지방이 적어 비만과 고혈압에 효험이 있다. 특히 뼈를 단단하게 하고 스태미너를 강화하는 키토산이 많다. 영양가의 보고인 터라 1㎏에 4만5,000~5만원선으로 가격이 만만치않지만 없어서 못판다는 것이 횟집주인들의 설명이다.
물론 암꽃게에 해당하는 말이다. 수꽃게는 같은 무게라도 알이 없어 가격이 암꽃게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현지에서 꽃게값이 턱없이 싸다고 느껴지면 수꽃게이거나 중국산이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구입한 꽃게는 인근 식당이나 현지에서 찜이나 탕으로 해먹을 수 있다.
"울긋불긋 간지러운 꽃바람 맞아보세요"
꽃게로 배를 채운 뒤 꽃구경에 나선다. 안면도에서 가장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곳은 꽃지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뒤에 자리잡은 꽃지해안공원은 2002년 세계꽃박람회가 열렸던 곳. 최근 새단장을 마치고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화려하게 핀 유채꽃을 비롯, 메리골드, 팬지 등 외래종에 보리, 밀 등 80여종의 꽃이 1만평규모의 화원을 뒤덮었다. 성인 2,000원, 어린이 500원. (041)671-8114.
꽃구경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차를 몰아 꽃지삼거리에서 고남방면으로 가다 보면 안면도 자연휴양림(041-647-5019)을 만난다. 안면도는 원래 소나무의 보고였다. 고려시대부터 나라에서 직접 소나무를 관리했고 조선왕조는 이 소나무를 궁궐의 신축, 보수에 사용했다. 현재 휴양림내 소나무는 옛 것이 아니지만 이런 전통을 잇는데 모자람이 없다.
휴양림속 산책로를 거닐며 송림욕을 즐긴다. 통나무집이 18개동이 있으며 숙식도 가능하다. 평수에 따라 1박에 2만~7만원까지. 인터넷 홈페이지(www.anmyonhuyang.go.kr)에서 직접 예약할 수 있다. 휴양림 입장료(성인 1,000원, 어린이 400원)를 내면 인근 수목원관람의 기회가 덤으로 주어진다. 안면도 꽃박람회때 조성된 수목원은 13개의 자생식물원으로 구성된 공간으로 빼어난 조경이 자랑거리. 휴양림에서 건강에 좋은 피톤치트향을 흠뻑 맞았다면 수목원에서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벌이는 향연을 눈으로 즐길 수 있다.
"안면도 필수 코스, 꽃지해변 낙조 보세요"
안면도 여행에 순서를 정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해질녘에 반드시 머물러야 할 곳은 꽃지해수욕장 할미ㆍ할아비바위 앞이다. 전장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여인의 전설이 전하는 곳이다. 세계 모든 곳에서 매일 볼 수 있는 낙조이지만 바위가 배경으로 들어가면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법. 서해안 최고의 낙조라는 소문이 거짓이 아니다. 바위너머로 편안하게 해가 사라진다. 꽃의 마을, 꽃지에서 편안하게(安) 잠(眠)이 든다.
/안면도(태안)=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꽃게 고르기
아무리 꽃게철이라고 하지만 꽃게를 푸짐하게 먹으려면 지갑이 걱정된다. 가격이 비싼 만큼 꽃게를 제대로 고르는 법을 미리 아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암컷인줄 알고 구입한 꽃게가 수컷이라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우선 암게와 수게는 배모양으로 구분한다. 암게는 둥근 마름모, 수게는 삼각형 모양이 길게 형성돼있다. 크기가 비슷하다면 당연히 무게가 많은 쪽을 골라야 한다. 무게 만큼 살이 많기 때문. 작은 꽃게를 여러 마리 구입하는 것 보다 무게가 많이 나가고 큰 꽃게 한 마리를 먹는 것이 훨씬 실속이 있다. 또 게를 뒤집었을 때 다리에 푸른 빛이 많이 돌수록 싱싱하다.
꽃게를 요리하는 법 중 가장 간단한 것은 찜이다. 그냥 찜통에 쪄서 내놓는데 맛이 담백하다. 하지만 이렇게 먹어 배를 불리려면 돈이 많이 든다. 꽃게탕을 먹으면 부담을 약간이나마 줄일 수 있다. 국물에 우러나는 얼큰한 맛이 일품이다.
꽃게를 오래 두고 즐기고 싶다면 게장으로 만들어 먹으면 된다. 간장게장은 예부터 밥도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식탁의 별미. 간장게장 재료는 죽은 꽃게를 써도 된다. 가격도 절반이하로 떨어지니 부담도 적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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