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힘겨운 승부였다.'코리안특급' 박찬호(31·텍사스 레인저스)가 천신만고 끝에 2승 고지에 오르며 구겨진 자존심을 살렸다. 박찬호는 13일(한국시각) 탬파베이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티노 마르티네스에게 2점 홈런, 오브리 허프에게 3점 홈런을 맞고 5점을 내줬지만 타선의 지원 속에 시즌 2승(3패)째를 거뒀다. 4월17일 시애틀전에서 첫 승을 신고한 후 4경기 만에 맛본 승리였다.
박찬호는 7피안타에 볼넷 2개, 몸에 맞는 공 1개를 기록했지만 중반 이후 시속 150㎞를 넘나드는 직구를 뿌리며 모두 5개의 삼진을 뽑아냈고 7―5로 앞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뒤 8회에 들어가기 전 교체됐다. 방어율은 5.50에서 5.65로 조금 높아졌다. 지난 3경기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하면서 선발 제외설까지 흘러나온 박찬호에게 이날 경기는 중대한 고비였다.
볼넷 후 홈런허용의 악순환
박찬호는 1회 까다로운 1번 크로퍼드와 2번 발델리를 초구 스트라이크에 범타로 처리,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2아웃을 잡은 뒤 집중력이 떨어져 3번 허프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게 화근이 됐다. 마르티네스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기위해 던진 시속 147㎞짜리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리면서 우월 투런홈런을 맞았다.
좌전안타, 2루수 땅볼, 볼넷으로 내준 3회 1사 1, 3루 위기서도 허브에게 던진 초구 직구가 또다시 가운데로 몰리며 우월 3점홈런을 내줬다. 볼넷 후 홈런허용이라는 1회의 악습이 되풀이 됐다.
4,7회 관록의 위기탈출
4회 1사 후 제프 블럼에게 2루타, 토비 홀에게 내야 안타를 맞고 1, 3루의 위기에 몰렸다. 오렐 허샤이저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오르면서 박찬호는 조기 강판될 듯 보였다. 6―5의 살얼음판 리드 상황에서 다음타자 롤스와 볼카운트 2―3의 접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몸쪽 체인지업을 던져 유격수 땅볼로 간신히 불을 끈 박찬호는 이후 5, 6회에는 151∼152㎞를 오르내리는 강속구를 앞세워 무안타로 막았다. 7회 2사후 크로퍼드에게 2루타를 맞고 다시 위기를 맞았지만 유격수 영이 내야안타 때 주자를 잡아냈다.
'화끈한 타선 고마워'
박찬호가 초반 불안한 투구를 하는 사이 텍사스의 타선은 3회 행크 블레이락의 2점 홈런과 알폰소 소리아노의 솔로홈런 등으로 6점을 뽑아 줬다. 박찬호가 내려 간 8회에도 브래드 풀머가 솔로포를 터뜨려 점수차를 벌렸다. 9―5로 앞선 9회말 3점을 내주며 1점차로 쫓겼으나 행운의 여신은 텍사스의 편이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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