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업체가 동북아 시장을 놓고 진검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일본 업체들의 한국 시장 공략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업체들은 안방 지키기에 힘을 기울이면서도 중국 시장 공략 강화라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기아차는 13일 중국 장쑤성 옌청시 인민정부와 30만대 규모의 중국 제2공장을 건설하는 투자협의서를 체결했다. 총 6억4,487만달러(한화 약 7,550억원)가 투입될 기아차의 중국 제2공장은 옌청시 130만평 부지에서 7월 착공, 2006년 준공된다. 기아차는 이중 2억2,000만 달러를 현지합작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기차유한공사의 증자를 통해 조달할 방침이다.
중국 제2공장이 완공되면 기아차는 13만대 생산규모를 갖추고 있는 제1공장과 합해 총 43만대 규모의 생산·판매체제를 갖추게 된다. 기아차는 또 제2공장에서 생산될 신차의 품질 및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 부품 업체들의 동반진출을 유도, 현지화율을 90%대로 높일 계획이다. 기아차는 제2공장 건설이 중국정부의 승인을 받은 만큼 중국의 과열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중국 지주회사 설립 등 현지 사업을 직접 챙기기 위해 중국으로 출국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중국 지주회사 설립은 중국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금융, 애프터서비스, 물류, 연구·개발 등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사업 및 서비스를 펼치겠다는 현대·기아차그룹의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반면 일본차 업체들은 잇따라 한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닛산자동차의 한국법인인 한국닛산은 이날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급차 브랜드인 '인피니티'를 내년 중반부터 한국에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한국닛산의 케네스 엔버그 사장은 "G35 스포츠 세단 및 스포츠 쿠페, 고급 세단인 Q45, 지난 뉴욕국제모터쇼에서 컨셉카로 처음 공개된 M35 및 M45 세단 등 5개의 인피니티 라인업과 프리미엄 크로스오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FX35와 FX45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피니티가 자체 판매망을 확보해 북미 시장 이외에 진출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그만큼 닛산이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혼다코리아도 10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후쿠이 다케오 본사 사장(CEO)이 참석한 가운데 간판급 세단인 '어코드' 발표 및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혼다코리아는 특히 386세대를 타깃으로 삼아 가격을 3,3,90만∼3,890만원으로 책정하고 현대차 그랜저XG 및 기아차 오피러스 등과 직접 맞붙겠다는 전략이다. 도요타가 2001년1월 렉서스를 판매하기 시작한 지 3년6개월 만에 1만대 판매라는 수입차 업계 최단 기록 달성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차의 파괴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혼다의 어코드와 그랜저XG 및 쏘나타에 대한 비교 시승 프로그램을 검토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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