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하루 앞둔 13일 탄핵안 통과의 총대를 맸던 박관용 국회의장이 수난을 당했다. 17대 초선 당선자 연찬회 자리에서 당선자들은 '명예로운 은퇴'를 바라 온 노정객의 인사에 냉대로 일관했다.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열린우리당 당선자들. 연찬회가 시작되고 박 의장이 들어서자 임종인 장향숙 강기정 등 우리당 당선자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임 당선자는 행사장을 나서며 "일찌감치 사퇴했어야 할 사람이 무슨 염치로 환영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다. 행사장 밖에서 박 의장의 환영사가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던 우리당 당선자들은 퇴장하는 동료들에게 "당장 사퇴하라고 소리라도 질러주지 그랬느냐"며 가세했다.
농민 출신인 민주노동당 강기갑 당선자는 단상에서 내려오는 박 의장을 냉랭한 표정으로 외면했다. 가나다 순으로 자리를 배치한 탓에 맨 앞 줄에 앉았던 그는 "농민 대표가 국민의 어머니(농촌)를 팔아먹은 사람과 인사할 수 없다"며 악수를 거절했다. 박 의장은 "그건 오해"라고 했지만 강 단선자는 두 손을 등 뒤로 감춘 채 고개를 돌렸다. 일부 우리당 당선자들이 "의장 자업자득이네요"라고 냉소하는 가운데 박 의장은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씁쓸한 표정으로 차에 올랐다.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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