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시절 혹 그런 기억들 없는지. 아마 한번도 없다면 거짓말일 '미성년 관람불가'의 영화를 학교 지도과 선생님들 몰래 들어가 보던 그런 '비행'.그렇게 본 영화 중에 지금도 나는 '영자의 전성시대'를 잊을 수가 없다. 나는 그 영화를 고등학교 2학년 때 선생님들 몰래 오후 두 시간 수업까지 빼먹고 보러 갔었다. 염복순이라는 배우가 출연한 영화인데, 서울에서 이미 소문이 날 만큼 난 영화이어서 우리가 사는 소도시에서는 '다음 프로'라는 이름으로 그것이 걸릴 때부터 난리가 났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픈 내용의 영화인데, 그때는 아프게 본 것이 아니라 그저 한없이 야하게만 보았다. 그것이 참 아픈 내용이었구나 하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을 때 염복순씨는 더 이상 스크린에 모습을 비치지 않았으며, 상대역의 송재호씨는 중년의 연기를 시작했고, 그때 미성년의 관객이었던 나 역시 이미 어른이 되어 있었다.
다만 지난 다음 짐작할 뿐이다. 그때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야말로 우리들의 성장통이 아니었는지.
이순원/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