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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용 개인전/18일까지 인사동 학고재 아트센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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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용 개인전/18일까지 인사동 학고재 아트센터서

입력
2004.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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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나도 그 속에서 쉬고 싶다. 내 그림을 보는 사람도 그림 속에서 편안히 쉬었으면 한다."화가 김덕용(42)씨의 작품은 보는 이를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게 만든다. 들어가서 가장 편한 자세로 쉬고 싶게 한다. 그의 작품에 그려진 청실홍실 이불이 놓인 장롱에 등을 기대고 장판지 위에서 다리를 뻗고 쉬거나, 강아지도 졸고 있는 오후에는 창틀에 턱을 기대고 강아지와 함께 나른한 기억에 빠져들고 싶다.

김씨가 2년만에 비교적 규모가 큰 작품들로 개인전을 연다. 이화익갤러리 초대로, 이 화랑보다 규모가 큰 서울 인사동 학고재 아트센터 1층 전시공간을 12∼18일 채우고 있다.

김씨는 "그림은 손재주나 머리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한다. 그의 그림을 보면 그렇다. 고향집 누이 같은 소녀, 처녀가 턱을 괴고 눈을 감고 있거나 창문으로 몸을 반쯤만 내밀고 어딘가를 바라보는 모습, 앞발로 턱을 괴고 있는 강아지를 쳐다보며 역시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있는 짧은 머리 소년, 나무 소반 위에 얌전하게 놓인 복숭아와 과일 그릇…. 우리의 어머니와 누이와 남동생의 아련한 추억이 마치 그들의 숨결을 옆에서 느끼는 듯 전해진다. 따뜻한 시간의 기억이 김씨의 그림에 있다.

이처럼 그림이 마음으로부터 나온다지만 김씨의 작업방식도 남다르다. 시골 폐가에서 구한 나무쪽, 낡은 고가구조각이 그의 재료다. 그 나무조각들의 결을 살려 콜라주하듯 이어 붙인 것이 바탕이 된다. 그리려는 형태를 일단 조각도로 깎은 다음 아교를 칠하고, 돌가루와 분채를 물감에 갠 석채로 채색한다. 다시 사포질과 채색을 거듭 반복하고 옻칠로 마무리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태어난 작품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자체 아련한 시간의 흔적을 담게 된다. 어린시절의 빛 바랜 사진을 보듯 아련한 향수, 아득한 휴식을 주는 작품이다. (02)730―7818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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