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놓고 재계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재정경제부가 절충안을 제시, 중재에 나설 방침이다. 12일 재경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 재경부는 '제도 자체는 유지하되, 기업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빠져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출자규제에 대해 재계는 전면 폐지하자는 입장이고 공정위는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졸업제도의 도입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과 존속시한이 만료된 구조조정 관련 출자 등에 대한 예외 인정 등 일부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재경부 고위당국자는 "이미 각종 예외인정 등으로 상당부분 누더기가 돼 있는 제도를 놓고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출자규제 때문에 투자를 못하는 것도 아니면서 폐지해야 한다는 식의 명분 싸움만 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 실익이 없다"며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대한 공정위와의 부처협의과정에서 중재안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가 검토중인 복안은 예외인정 확대와 졸업제 대폭 완화. 우선 '절차적 정당성'이 있는 출자라면, 출자규제의 예외로 인정해주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외이사로 구성된 내부거래위원회 등에서 출자건을 심사해서 승인이 나고, 이것이 제대로 공시만 된다면 어디에 출자하는지를 묻지 않고 빼주자는 얘기다. 제도는 살리되, 사실상 대폭 완화하자는 것. 현재 공정거래법에는 신산업 분야, 동종업종 등 출자대상을 기준으로 예외를 두고 있으나 출자 결정 과정에 대한 예외는 없다.
재경부는 또 졸업기준과 관련해서도 공정위 안이 너무 엄격하는 입장. 재경부 당국자는 "공정위는 집중투표제, 서면투표제, 내부거래위원회 등을 동시에 갖춘 기업에 대해 졸업을 시켜주겠다고 하지만,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기업은 포스코나 KT 등 민영화한 공기업 뿐일 것"이라며 "한두개 총족되면 졸업시켜주거나, 내부거래위원회 구성에 있어 사외이사 비율 등 각 항목에 대한 조건도 완화하는 안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기관의 계열사 의결권 축소와 관련해서는 '단계별 축소'의 수위를 놓고 부처간 협의가 진행중이다. 재경부는 "단계적으로 축소하자면서 1년 내 30%를 15%로 줄이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재경부는 축소 수위를 25%로 하고, 유예기간도 1∼2년 두자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의 경우 금융기관을 포함한 그룹 지분이 15%를 넘기 때문에, 1∼2년 정도 의결권 축소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더욱이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에 따르면, 3년 후면 정부의 직접규제가 시장자율로 전환하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 제한이 무의미해 질 수 있다.
전경련은 출자규제와 의결권 축소 모두 "내용이 크게 완화된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그러나 공정위 고위당국자는 재경부의 "출자규제의 경우 출자의 절차적 정당성이 있다고 해서 가공자본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의결권 축소도 1∼2년씩 유예를 두고 5%만 축소한다는 것은 사실상 현행대로 하자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절충과정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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