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저 정민이에요. 정말 오랜만이네요. 많이 기다리셨죠. 그래도 이해해 주세요. 고3이라 피곤하고 바쁘답니다. 항상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할아버지 생각 아주 많이 하고 있다는 거 알고 계시죠?오늘은 유난히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는 하루였답니다. 사회시간에 '친족계보도'를 그렸거든요. 다음 지리시간엔 선생님이 '폐'가 아파서 돌아가시는 게 제일 고통스럽다고 말하셨어요. 그때 미국에서 전화기 너머로 들었던 할아버지의 기침과 거친 숨소리가 제 마음을 너무나 아프게 했답니다.
그래요 이제 할아버지께서는 고통도 아픔도 없는 편안한 곳으로 가셨다고 생각할래요. 그래도 너무 슬픈 거 있죠. 저와 호철이가 공부 열심히 하는 것 보셨으면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셨을까 하고 생각할 때마다 일상의 기억 속에서 발견하는 할아버지의 흔적들과 기억들…. 아! 나중에 할머니와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떻게 살까요. 이렇게도 할아버지의 빈자리를 느끼며 사는 저인데요.
할아버지, 너무 보고 싶어요. 요즘 고3이라 이래저래 우울하고 힘들어요. 제가 힘들고, 또 가끔 땡땡이 칠 때마다 할아버지가 얼마나 안타까워 하실까 걱정했답니다. 할아버지의 모습, 목소리, 볼을 비빌 때 까칠한 느낌까지 떠올려 봅니다. 조금 아득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 느낌 그대로에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벌써 2년이나 됐어요.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가네요. 저도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고 그러다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할아버지와 다시 만날 날도 오겠죠. 그 순간이 오면, 너무 기뻐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를 것 같아요.
할아버지 그 때까지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살게요. 할아버지께서 하늘나라에서 "우리 정민이- 장하다"는 말씀 하시도록요. 열심히 공부해 원하는 대학도 가고, 취직도 하고 또 가족끼리 화목하게 잘 지낼게요. 할아버지는 사교성이 좋으셔서 그곳에서도 친구 많이 사귀시고 잘 계실 것 같아요. 오늘 아침 학교 가는 길에 할아버지께서 함께 친하게 지내셨던 노인정 친구분들을 뵈었어요. 멀어서 인사는 못드렸지만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어요.
이번 할아버지 제사 때엔 조금만 울 거에요. 웃는 얼굴로 할아버지 맞이해 드리고 싶어요. 가족이 모두 모여 지내는 첫 제사여서 할아버지께서는 참 기쁘시겠네요. 시험기간인 관계로 이만 줄일게요. 다음 찾아 뵐 때까지 편안히 계세요. 할아버지를 너무 사랑하는 손녀 정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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