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10일 오전, 106번 간선버스 안. 교통카드 충전하는 것을 깜빡 잊고 버스에 오른 직장인 김동민씨는 버스 단말기 앞에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다 이내 뭔가 생각난 듯 충전도 하지 않은 교통카드를 버스 단말기에 갖다 댄다. '딩' 하는 요금처리 벨소리를 듣고 자리에 앉는 김씨. 지난달 미국 뉴욕으로 출장을 다녀오면서 쌓아둔 항공 마일리지를 이용한 덕분이었다. 같은 날 밤 11시, 지선버스 6711번 안. 학원수업을 마치고 버스에 오른 고교 3년 이슬기양이 손목시계를 버스 단말기에 가져다 댄다. 단말기에 요금처리 메시지가 뜨고, 동시에 이양 어머니의 휴대전화에도 6711번의 이동경로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20여분 후 정거장에 내리니 연락도 하지 않았는데 어머니가 마중을 나와있다.
교통카드가 한 장이면 만사해결
서울시가 7월1일부터 시행하는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맞춰 교통카드도 대대적으로 혁신된다.
전자화폐(T-money)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신 교통카드는 기존의 마그네틱 카드 대신 IC칩이 내장된 '스마트 카드'로 전면 교체돼 다음달 중순부터 버스와 지하철 요금의 결제수단으로 사용된다.
충전된 티머니를 통해 혼잡통행료, 주차장, 유료도로 이용료 등을 지불할 수 있으며 편의점이나 소매점, 공원, 공연장 등에서 결제수단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또 인터넷 쇼핑몰에서 전자상거래를 하거나 유료 컨텐츠도 이용할 수 있는 등 똑똑해진 교통카드로 신용카드 못지않은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3,000원에 발급되는 새 교통카드는 기존의 버스정류장 충전소 외에 지하철에 새로 설치되는 무인 발급기나 인터넷 상에서도 충전할 수 있다. 단기 이용자들의 편의를 고려, 최소 충전금액은 기존 5,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춰진다. 신용카드와의 제휴도 대폭 확대돼 롯데카드와 삼성카드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신용카드는 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한 새 카드로 교환이 가능하다. 어린이와 여성, 노인들을 위해 위치추적장치(GPS)가 탑재된 휴대전화와 시계 형태의 '최첨단 교통카드'도 나온다.
혜택 다양, 경기도와 호환은 숙제
개편된 요금체계가 교통카드 이용을 기본전제로 마련된 만큼 환승 할인은 교통카드에만 적용된다. 위창량 시 교통정보시스템팀장은 "새 교통요금 체계는 운수 수입금 투명화를 위해 교통카드를 이용하지 않으면 비싼 요금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며 "그런 만큼 교통카드 이용자에게 환승 이외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적 혜택이 마일리지 제도. 항공사와 정유업체, 주차장, 할인점 등과 제휴를 맺어 포인트 기준으로 각종 마일리지를 통합, 원하는 곳으로 이체할 수 있도록 했다. 시는 또 새 교통카드 확산을 위해 기존 카드를 무상으로 교환해주는 것도 검토 중이다. 기존 교통카드는 2008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시계지역을 오가는 경기도 버스들과 카드 호환이 되지 않아 경기도 버스를 이용해 서울을 출입하는 승객들이 당분간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점은 문제. 시는 시계지역을 통과하는 경기도 버스에 대해 무상으로 신 교통카드 단말기를 설치, 교통카드를 일원화한다는 방침이지만 도의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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