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정(51)이 꽹과리를 들었다. 최근 발표한 음반 '윤희정 C.E.O.J'의 앨범표지에 그녀는 꽹과리를 들고 시선은 저 멀리 어딘가를 향한 채 노래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왜 그랬을까? 체격만큼이나 그녀는 시원시원하게, 그리고 논리 정연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갔다. "미국에서는 요즘 인도풍 재즈가 인기더라 이겁니다. 그래, 우리의 것이어야 되겠구나. 흉내 아무리 잘 내면 뭐하나. 우리 정서를 담지 않으면 세계 무대에서 기를 펴지 못하겠구나 싶더군요. 보편적인 설득력을 지닌 '제3의 리듬'을 만들어내야겠다 마음 먹었죠. 이번 음반이 그 작업의 결과물입니다. 라틴 리듬, 아프리카 리듬 그리고 우리의 사물놀이 리듬이 어우러진 우리만의 리듬을 담았습니다."
인터뷰 내내 그녀가 가장 자주 입에 올린 단어는 '설득'이었다. 사실 그녀의 재즈 인생 자체가 끊임없이 대중을 설득하는 작업 아니었던가. 재즈는 소수만의 음악이라는, 공연 역시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그녀는 노력해 왔다.
재즈가 좋은 음악이라면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 7년 동안 계속해 온 재즈공연 '윤희정과 프렌즈'가 국내의 대중을 설득하는 과정이었다면, 그녀의 새 음반은 전세계 재즈팬들에게 한국적 리듬의 아름다움을 설득하기 위함이다.
그의 새 음반은 단순한 이종교배가 아니다. 한국적 서정이 물씬한 노랫말과 멜로디가 서양악기와 국악기의 단단한 협연에 의해 새로운 느낌을 뿜어내고 있다. 그 느낌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곡 'YHJ 블루스'. 윤희정의 글에 한국 재즈의 대부 이판근 선생이 곡을 붙인 창작곡이다. 시원한 꽹과리 연주로 시작해 '아버지의 고향은 평안도 어머니의 고향은 순천/ 한 동네에 살며 중매결혼에 가마 타고 말 타고 혼인을 하셨지' 하는 아름다운 노랫말이 이정식의 색소폰과 태평소, 꽹과리 소리와 만났다. '세노야', 전통민요 '분꽃' 등에서도 그 한국적인 서정은 이어진다.
'C.E.O.J'는 'Co―Edutainment Of Jazz'의 약자로 교육과 오락을 함께 하는 재즈를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녀는 같은 제목의 시리즈를 계속 발표할 예정.
1971년 전국노래자랑에서 최고상을 받으며 노래를 시작한 그녀가 재즈를 접한 건 1991년. 이듬해부터 이판근 선생에게 재즈를 배웠고 94년 처음 재즈 음반을 냈다. 이후 10년여 시간 동안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래했고, 재즈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각곡유목(刻鵠類鶩). '따오기를 그리려 노력해야 오리라도 그린다'는 뜻이다.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한국적 재즈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는 너무 거창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녀의 말은 이렇다. "목표를 크게 잡고 달려가야 그 절반이라도 이룰 것 아닙니까?"
/최지향기자 misty@hk.co.kr
■윤희정과 프렌즈
1997년 6월부터 매달 정동극장에서, 2003년부터는 문화일보홀에서 두 달에 한 번씩 여는 재즈콘서트 '윤희정& 프렌즈'는 재즈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재즈에 문외한도 "2시간 반이 30분처럼 짧게 느껴진다"고 할 정도로 그녀의 공연은 흥미진진하다.
'윤희정& 프렌즈'에서는 재즈에 관심이 있는 명사 두 명을 초청, 무대에 올린다. 일단 섭외가 결정되면 초청인사는 무대에 서기까지 두 달에 걸쳐 윤희정으로부터 재즈 발성 등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지금까지 무대에 오른 이는 130여 명, 전하진 네띠앙 사장, 방송인 임성민, 탤런트 이미숙 양금석 최화정, 영화감독 이장호 등. 26일(오후 4시, 7시) 공연에는 한국가정경영연구소 강학중 소장과 탤런트 김보연이 무대에 선다.
"노래가 직업이 아닌 사람들이 멋드러지게 노래를 할 때 심장이 뛴다"는 윤희정. 프로 못지 않은 가창력으로 자신을 기 죽였던 로커스 김형순 사장, 몸이 안 좋아 진통제까지 맞아 가며 열창했던 뮤지컬 배우 이소정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윤희정은 재즈의 대중화를 위해 10년, 20년, 아니 30년이 될 때까지 이런 공연을 계속 하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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