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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회 맞는 '아침마당' 이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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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회 맞는 '아침마당' 이금희

입력
2004.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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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제목에 '○○○의' 하고 이름을 내걸지 않아도 무슨 프로그램 하면 진행자의 얼굴부터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이 달 말 방송 4,000회를 맞는 KBS 1TV '아침마당'(월∼토 오전 8시30분)의 '안방마님' 이금희(38)씨가 그렇다. 경쟁 프로그램들이 수없이 간판을 바꿔다는 동안, '아침마당'이 서민의 희로애락을 담아내겠다는 초심(初心)을 지키며 만 13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는 이씨의 다정다감하면서도 꾸밈 없는 진행이 큰 몫을 했다.

그러고 보면 그녀가 맡았던 프로그램에는 장수 프로그램이 유독 많다. "아나운서 중 가장 촌스럽다"는 이유로 초대 MC가 돼 3년5개월간 진행한 '6시 내 고향'이 얼마 전 3,000회를 맞았고, KBS 2FM '이금희의 가요산책'도 지난달 2,000회를 넘겼다. 남다른 비결이 있을 법한데, 그녀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 답한다.

"아시다시피 저는 뚜렷한 색깔이 없어요. 오죽하면 '개그콘서트'에서 황수경 아나운서 성대모사로 인기를 얻은 개그우먼 강주희씨가 2탄으로 제 흉내를 준비 중인데, 너무 어렵다고 호소하겠어요? 개성 없음, 평범함, 무던함으로 버텨온 셈이죠." 하지만 그의 평범함은 바꿔 말하면 편안함, 친근함이고 아나운서들도 연예인 뺨치는 '끼'를 발휘해 눈길을 끄는 요즘, 언제나 그 모습, 그 목소리 그대로 자리를 지키는 그가 더 돋보이는 까닭이다.

그는 98년 6월15일 월요일부터 '아침마당'을 진행했다. 날짜와 요일까지 기억할 만큼 애착이 깊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자랑거리로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꼽는다. "월요일 '명랑발언대'에서 토요일의 특별 이벤트 '가족노래자랑'까지 시청자들의 참여가 없으면 절대 만들 수 없어요. 방송가에서는 가장 먼저 요일별 섹션화를 시도해 탄탄한 구성을 갖췄고,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주시니 진행자가 할 일이 별로 없어요."

이씨는 "'부부탐구'에 출연한 분들이 갈등을 잘 해결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아침부터 웬 싸움질이냐고 언짢아 하는 분들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부부간 갈등을 드러내고 공론화함으로써 집단상담, 집단치유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해요. 지난해 초 남편이 알코올 중독에 빠진 50대 부부가 나오셨는데, 얼굴이 알려지자 동네 술집이나 슈퍼마켓에서 'TV에서 한 약속을 지키라'며 절대 술을 팔지 않았대요. 연말에 다시 초대했는데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모습을 보니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아침마당'은 4,000회 특집을 24∼26일 미국 LA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재미동포의 애환을 들어보고 소식이 끊긴 가족, 친지들과의 만남도 주선할 예정이다.

그 때문에 이씨는 요즘 '가요산책'과 내레이션을 맡고 있는 '인간극장' 'TV동화 행복한 세상' 1주일치를 미리 녹음하느라 정신이 없다. 워낙 일이 많다 보니 평소에도 늘 잠이 부족해 올 초 이틀간의 휴가를 제주 호텔방에서 종일 잠자는 것으로 때웠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잘린다면 모를까, 어느 프로그램도 놓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녀는 2000년 프리랜서로 독립했지만, 친정인 KBS를 떠나지 않고 하던 프로그램을 그대로 이어왔다. "굳이 새 일 찾으려 애쓰지 않아요. 지금도 행복하니까. 돈 받아가며 좋은 사람들 만나서 좋은 얘기 듣고, 좋은 음악 듣고…." 스스로 행복하면서 '행복의 전령사' 노릇을 하는 그녀를 보며 시청자들도 절로 행복해질 것 같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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