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노사관계는 받아들여도 주주중시 경영은 못 받아 들이겠다?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나라가 망하는 길이고 재벌 체제의 우월성은 세계적으로 검증되고 있다?공정거래법 개정과 노사문제에 대한 재계 논리는 한마디로 이율배반적이다.
기업정책은 1970년대 한국적 개발연대식으로 돌아가자면서 노동정책은 영미식으로 나가자고 한다. 기업환경은 '과거의 우리 것'이 좋고, 노사관계는 '지금의 미국 것'이 좋다는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현명관 부회장은 11일 "글로벌스탠더드는 다국적 기업의 논리이며 미국식 잣대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반도체·자동차신화는 그룹(재벌)체제였기에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 부회장이 불과 며칠 전인 7일 주장한 노사모델은 그가 그토록 폄하한 미국식이었다. "경영권은 주주권의 본질이다. 비정규직은 실업해소에 도움이 되니 정규직의 '철밥통'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
'부조리의 조화'가 한국적 모델이라고 말하려고 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기업정책과 노동정책은 엄연히 한 묶음으로 처리돼야 한다. 재계가 비판한 '주주 자본주의' 반대쪽에 있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노동자를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대해준다. 일본의 게이단렌(經團聯)은 "종신고용제가 최대 경쟁력"이라고 떳떳이 밝히고 있다. 재계가 이런 식의 자본주의도 싫다면, 경영방식에 관한 한 글로벌스탠더드 근처에는 가야 하지 않을까.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때는 '개방'을 부르짖다가, 한·일 FTA에서는 "우리 기업 다 죽는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는 것도 재계의 이중 잣대를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다.
/유병률 산업부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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