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 세리야 보거라.이렇게 차분한 마음으로 네 이름을 불러본지도 오랜만이구나.
지난해 5월 너가 힘들고 어려운 군사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육군 장교로 임관하여 한국으로 떠나는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난 네 모습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배웅하고 돌아서면서 눈가에 이슬이 맺히더구나. 마음 한 구석이 너무 허전했단다.
아빠도 너와 똑같은 나이에 대한민국 국군 장교가 되어 중부전선에서 근무하고 월남 전쟁에 참전했다. 넌 미군 장교의 신분으로 한반도 평화를 지키게 됐구나. 그러고 보니 우리 부녀는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이제 어느 정도 한국 근무에 적응이 된다고 하니 아빠가 너에게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네가 태어난 곳은 미국이며 자라온 곳도 미국이니 이 나라에 대하여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아빠의 조국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아빠를 대신한다는 생각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성실하게 근무하기 바란다.
둘째, 군복무를 하면서도 너의 꿈인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기 바란다. 너의 엄마가 암에 걸렸을 때 너는 훌륭한 의사가 되어 고통받는 암 환자들을 치료해주겠다고 다짐했었지. 능력을 인정받는 약사였던 네 어머니가 암으로 쓰러진 것을 보면서 너는 이런저런 생각을 했으리라 믿는다.
셋째, 리더로서 부하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다른 사람이 너를 어떻게 생각할 지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기 바란다. 세상을 살다 보면 좋은 일과 나쁜 일을 함께 겪게 된다.
항상 구두쇠처럼 살지 말고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의 친구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세상을 넓게 보아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다 보면 지금 몸담고 있는 곳이 마치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기 쉽기 마련이다. 세상을 긍정적인 눈으로 보아라. 너에게 주어진 시련에 씩씩하게 맞서 싸워라.
세리야. 네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신지도 어느새 2년이 됐구나. 네가 슬픔을 이기고 참고 견뎌 주어서 아빠는 참 고맙다. 이제 우리 식구 모두 슬픔에서 벗어나 힘차게 살아보자. 사랑하는 딸아, 보람차고 즐거운 한국 근무가 되기를 아빠는 항상 기도하련다.
/권혁열·125 Northfield Ave. #B2AW. Orange. N.J. 07052.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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