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민간에 대한 국가채무가 32조여원이나 급증한 반면 국가채권은 급감하면서 정부가 민간에 진 빚이 받을 돈보다 많은 '순(純) 채무국'으로 전락했다. 우리나라가 순 채무국이 된 것은 본격적인 경제개발이 시작된 1960년대 이후 처음이다.12일 재정경제부의 '2003 회계연도 결산'에 따르면 2003년말 현재 국가가 민간에서 받을 돈은 130조5,922억원으로 2002년말에 비해 규모로는 28조6,438억원, 비율로는 18.0% 감소했다. 반면 국가가 갚아야 할 채무액은 158조8,247억원으로 2002년말보다 32조,1950억원, 25.4%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02년말 순 채권 보유액이 32조6,100억원에 달했던 우리나라 정부는 불과 1년만에 28조2,325억원의 빚을 진 순 채무국이 됐다.
이는 나라재정이 그만큼 취약해지고 건전재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재정여건 악화라기보다는 14조4,000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의 국채전환 등으로 장부상의 채무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그동안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경쟁력은 견실한 국가 재정이었다"며 "비록 공적자금 상환을 위한 수치 조정으로 한국이 순 채무국으로 반전됐다고 하더라도 국제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총 49조원의 공적자금을 재정이 떠안는 '공적자금 상환계획'에 따라 앞으로도 공적자금의 국채 전환이 계속될 것"이라며 "최소 2007년까지는 순 채무규모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재정 상황이 악화하면서 열린우리당이 이날 정부와 합의한 추경편성 방침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한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재정여건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기업 매각 수익, 한국은행 잉여금 등 세수 이외의 추가적인 재정 수입이 없는데다가, 경기침체로 법인세나 소득세 수입도 격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내년에는 대규모 세수부족 사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해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한 총 세입은 195조3,494억원, 총 세출은 188조37억원으로 2004년 이월분(6조132억원)을 감안하면 순 잉여금은 1조1,2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2년 순 잉여금(4조7,786억원)의 4분의1에 불과한 수준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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