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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웬만해선 시장님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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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웬만해선 시장님을 막을 수 없다

입력
2004.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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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서울시장이 시트콤에 '카메오(Cameo)'로 나온다고 해 화제다. 이 시장은 시청 홍보실을 무대로 한 MBC 일요시트콤 '아가씨와 아줌마사이' 의 16일 방송분에서 서울시장 역으로 깜짝 출연한다. 6일 그의 집무실에서 이뤄진 촬영에서 이 시장은 탤런트 김정란과의 포옹 장면 등을 깔끔하게 소화해 "연기자로 나서도 되겠다"는 칭찬까지 들었다고 한다.'카메오'란 저명 인사나 인기 스타가 영화나 드라마에 단역으로 깜짝 출연하는 것을 일컫는다.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 대사 없는 엑스트라로 출연한 이래 올리버 스톤 감독('플래툰'의 중대장, '7월4일생'의 기자),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레이더스'의 비행장 직원) 등 수많은 감독들이 마치 '낙관'을 찍듯 제 작품에 얼굴을 비쳤다.

대스타 등 영화계 유명 인사들이 감독에 대한 존경 또는 우정의 표시로 카메오를 자처하는 경우도 흔한데, 로버트 앨트먼 감독의 '플레이어'에 브루스 윌리스와 줄리아 로버츠가 단역 출연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에서도 거장 임권택 감독의 99번째 영화 '하류인생'에 김홍준 김영빈 송능한 등 후배 감독들이 대거 카메오로 등장했고, 최근 들어 TV 시트콤에서도 연예인이나 저명 인사를 깜짝 출연시켜 눈길을 끄는 사례가 늘고 있다.

출연 이유야 각양각색이지만, 관객(시청자)의 입장에서 '카메오'의 묘미는 말 그대로 '깜짝' 출연한 유명인의 평소와 다른 모습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시장이 웃음을 앞세운 시트콤 출연을 수락한 것은, 서울시장 앞에 늘 '불도저'란 별칭이 따라다녔던 개발독재시절을 떠올릴 때 놀라운 변화다. 하지만 그의 탈권위적 '봉사정신'이 마냥 즐겁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이 시장은 취임 이후 청계천 복원, 뉴타운 개발, 시청 앞 잔디광장 조성 등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 한편으로부터 '치적 쌓기'와 '홍보'에만 열중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마당에 시청 정문을 지키는 방호원, 혹은 새벽 길을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역할로 즐거운 웃음을 주면 모를까, 본업인 시장 역으로, 그것도 집무실에 앉아 TV에 얼굴을 비치는 것은 어쩐지 좀 찜찜하다. 요즘 정치판에서 유행하는 '이미지 정치'의 냄새가 짙게 느껴진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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