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이전협정과 관련한 법제처의 위헌 해석이 없었다면 '(얼마가 될지도 모르는)기지이전 비용을 한국이 부담한다'는 공허한 원칙만 국회에서 논의될 뻔했다.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이를 바로 잡았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30억∼50억달러로 추정되는 이전비용을 둘러싼 협상의 방향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허술하게 진행된 이전협상
한미 양측은 2002년 말 용산기지의 이전협상을 벌이기 위해 한미미래동맹정책구상(FOTA)회의의 설립에 합의하고 지난해 9월 4차회의에서 포괄협정(UA)과 이행합의서(IA) 등의 협정문 초안까지 마련했다. UA에는 용산기지의 이전 한국의 이전비용 부담 등의 선언적 내용만 담았고 IA에는 기존시설의 규모와 시설이 아닌 새로운 기능과 임무에 해당하는 시설 이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다른 모든 비용도 한국 부담 등 핵심적 내용이 담겼다. 협상팀은 이 가운데 UA만 조약으로 만들어 국회동의를 거친다는 전략을 짰다.
이에 대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등 시민단체는 "추상적인 포괄협정만 국회비준을 받으려는 것은 비용공개에 따른 국민들의 반발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은 외교부 내에서도 제기돼 조약국과 북미국 간의 알력으로 번졌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특별감사 끝에 문제가 해소되는 듯했다. 이 문제는 올들어 FOTA회의에 참석하는 국방부와 외교부의 대표들이 교체되면서 재차 거론됐다. 알맹이 없는 포괄협정만 국회동의를 받기로 하는 협상시스템을 두고 7차 회의에서 미국측과 가서명을 하겠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던 시점이었다. 법제처의 위헌의견을 접수한 협상팀은 IA의 핵심항목 2개를 UA에 포함시키는 선에서 은밀히 봉합책을 찾았다.
풀어야 할 문제들
협상팀이 추상적인 포괄협정에 집착한 데 대해 법제처 관계자는 "미국 주장대로 조약을 맺어온 관행때문"이라고 말했다. 국회동의를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에 민감한 이전비용을 포함시키면 협정체결이 지연되고 추후 개정도 어려워진다는 측면이 있긴 하다. 반면 IA는 외교부 북미국장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대표인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에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
8차 FOTA에서도 협상의 난맥상은 사실상 미봉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IA의 핵심 조항을 UA에 포함시킨 새로운 협상안을 내놓자 미국은 IA에도 그 조항을 그대로 두자는 타협안을 제시한 것. 민감한 사항을 굳이 UA에 넣어 국회동의를 얻겠다는 것은 한국측 문제이며 미국은 SOFA 합동위원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근거를 남기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나중에 협정을 개정할 때 한국은 국회동의와 SOFA 합동위원회 협상을 동시에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충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전비용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협상이 끝나봐야 확정될 수 있는 문제"라는 입장인 반면 시민단체들은 이전비용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김정호기자 azu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