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 상태에 빠졌던 주식시장이 하루 만에 일단 안정을 찾은 모습이다. 11일 종합주가지수는 790선을 기준으로, 코스닥 지수는 40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하다 각각 0.34포인트 상승, 5.94포인트 하락 마감했다. 또 일본 닛케이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도 강보합세를 나타내는 등 아시아 증시도 충격을 추스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이 단발성이 아니라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3∼4차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시의 큰 흐름이 하락세로 반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이머징마켓에 몰려 있던 단기성 자금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1994년도의 모습과 흡사한 국면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94년말에는 미국 금리인상의 여파로 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는 대형 금융위기를 초래하기도 했다.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증시의 거품이 심했던 94년과 달리 현재 경제여건은 탄탄하다며, 미국 금리인상 충격은 단기조정으로 그칠 것이라는 낙관론 역시 만만치 않다.
대세반전 시작됐다
이날 도이치뱅크 분석가 데이비드 스캇은 "94년 이후 신흥시장의 증시는 미국 금리와 정확히 반대로 움직여왔다"며 "현재 증시는 커다란 매도 행진을 시작했다"고 대세 하락반전을 예고 했다.
임송학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달러 강세와 미 금리인상으로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청산이 지속되면서 아시아 증시에서 외국인 이탈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국내외 증시가 지난해 이후 상승 추세선을 이탈, 추세 반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캐리 트레이드'란 상대적으로 저금리인 초단기 채권(현재 연금리 1%)의 자금을 동원해 장기채나 신흥시장의 주식 등에 투자하는 기법으로 지난 2년간 미국의 초저금리를 이용한 이 같은 투자규모가 급격히 늘어나 아시아 증시 성장에 동력이 돼 왔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도 이날 최근 세계적 금융시장 불안의 주범이 캐리 트레이드라고 보도했다.
임 센터장은 또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우려와 중국 경기의 둔화가 국내 증시의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향후 종합주가지수가 2분기에 750∼850선에서 움직이다 4분기에는 700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처럼 증시 큰 흐름이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견해가 늘어나면서 대우, 삼성, 대투, 한투증권 등이 잇따라 올해 종합지수 고점을 하향 수정했다.
경기 확장국면은 계속된다
미국 금리인상과 달러 강세 효과는 단기 악재이며, 대세 상승은 계속된다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대우증권 전병서 리서치본부장은 "미국 금리인상은 '바닷물의 온도가 바뀌어 물에서 노는 고기가 바뀌는 효과' 즉 투자환경과 상승종목 교체에 영향을 줄 뿐이며 전세계적인 경기확장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 적으로 증시는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원증권 김세중 선임연구원도 최근의 주가 하락을 대세 하락이 아닌 장기적인 상승 과정에서 거쳐야 할 과도기적 조정이라고 해석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고용 지표 개선으로 6월로 앞당겨짐에 따라 역설적으로 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한 불안감은 모두 노출됐다"며 "중국 경기 둔화에 의한 기업 수익 감소에 대한 우려가 과다한 나머지 미국의 정보기술(IT) 경기 회복에 따른 국내 기업의 수익성 개선도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라 2분기 기업 실적이 윤곽을 드러내는 6월말에 주가가 다시 상승 궤도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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