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폭등과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중국의 과열억제 등 대외환경 악화와 이로 인한 금융시장의 패닉 사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이번 경제쇼크에 대해 민간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원인과 전망 및 경제적 파급영향 등 각론에 대해선 다소 의견차가 있었지만, 결론에는 대체로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바로 "문제는 외부충격이 아니라 활력을 잃은 한국경제의 내부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과민 반응" vs "장기 악재"
10일 '블랙 먼데이'로 표출된 금융시장의 대혼란에 대해선 "과민 반응이다", "아니다. 치명적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상반된 진단이 나왔다.
과민 반응론은 미국 금리인상이나 중국 긴축정책 등은 이미 예견된 사안이고, 우려 만큼 대형 악재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최흥식 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예측된 사안인 만큼 약간의 조정과정을 거치면 정상화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 금리인상과 달러강세는 오히려 미국 경제가 좋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반면 단기회복이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도 많았다. "미국금리인상→국내자금이탈→증시위축→경기위축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장기간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 "수출감소 우려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내수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더 나쁠 수 있고, 특히 유가상승이 지속되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고물가)이나 더블 딥(이중침체)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
왜 한국만 충격이 심한가
해외여건악화는 세계공통의 현상. 그러나 '중국 쇼크' 때도, 이번 '블랙 먼데이' 때도 우리나라만 유독 말초적으로 반응했다. 이에 대해 유병규 상무는 "예전엔 경기변동의 완충역할을 내수가 해줬지만 지금은 수출에만 의존하는 상황에서 대외 변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우리나라는 대외 요인(수출)에 의해 지탱하는 유일한 나라"라고 지적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단기 충격 극복을 위해 추경편성 등 내수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외부충격은 어차피 통제 대상이 아닌 만큼 섣불리 무리한 거시 정책 수단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최흥식 부원장은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으며 '웨이트 앤 씨(Wait and see)'의 전략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기업환경 개선과 규제개혁, 투자활성화 등을 통해 정체의 늪에 빠져 있는 경제에 활력을 넣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었다. 무역연구소 현오석 소장은 "문제는 금리인상 같은 경기순환적 요소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기술투자를 늘려 경제의 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문석 상무도 "신용 불안 등 내재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 진작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에 전력을 다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거시팀장은 "정치안정 노사안정 등이 해결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는 정부의 안일한 시각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리더십에 대한 주문도 많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개혁-실용, 성장-분배 논쟁과 관련, 유병규 상무는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경제심리를 더 위축시키고 있다"며 "성장이든 분배든 확실한 방향제시로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