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에게 절대적 지지를 거듭 확인한 데 대해 아랍권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부시 대통령을 지지해온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럼스펠드 장관에 대한 전폭적 신뢰가 그의 대통령 재선에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10일 펜타곤을 방문, 럼스펠드 장관에게 "당신은 대 테러전쟁에서 우리나라를 용기 있게 이끌고 있다"며 "당신은 강력한 국방장관이고 우리 나라는 당신에게 감사의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CNN 방송은 이 장면을 생중계했다.
로이터 통신은 "아랍권은 부시 대통령의 럼스펠드 장관 지지에 대해 분노와 불신의 반응을 보였다"며 "아랍의 언론과 보통 시민들은 미국이 럼스펠드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한 부시 대통령을 비난하는 데 하나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두바이에 기반을 둔 정치분석가 자와드 알 아나니는 이 통신과의 회견에서 "럼스펠드 재신임 결정 이후 부시 대통령의 사과 발언은 립 서비스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학대를 당한 포로들이 미군이었으면 럼스펠드는 이미 그의 자리를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은 시카고 선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민주당측이 럼스펠드를 공격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놀라운 것은 부시 정부 내 동료들 중 럼스펠드 돕기에 나선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의회의 압력도 커지고 있다. 미 상원은 10일 만장일치로 포로 학대를 비난하고 가혹행위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미 상원 군사위는 11일 포로 학대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군 고위 관계자들을 출석시켜 포로 관리 실태 및 학대의 전모에 대한 증언을 들을 예정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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