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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향 그윽한 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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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향 그윽한 하동

입력
2004.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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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의 봄은 여행자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아직 녹지 않은 눈사이로 봄을 알리는 매화가 피었다 질 때면 벚꽃이 강변을 뒤집는다. 벚꽃이 떨어지기도 전에 배꽃이 가세, 온통 눈꽃 천지를 만들더니 이제서야 초록에게 자리를 내주었다.하동의 초록 중심에는 차나무가 있다. 문헌에 따르면 828년 중국에 사신으로 갔던 대렴이 왕명을 받아 지리산 남쪽에 차종자를 심었다고 전한다. 830년에는 진감국사가 역시 중국의 차종자를 들여와 쌍계사에 심었다고 한다. 약간의 논란은 있지만 하동은 우리나라 차시배지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에는 이런 논란에 쐐기를 박기 위해 쌍계사 근처에 차시배지라는 비석을 세웠다. 차에 대한 하동주민들의 애정은 그만큼 남다르다.

하지만 차의 대량보급시대에 양적인 열세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전남 보성의 녹차가 유명해지면서 하동차는 점차 잊혀져 가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늘 속상하다. 대신 그들은 품질에 승부를 건다. 비료나 농약을 주지 않고 철저한 수작업을 통해 녹차를 만들어낸다.

보성차밭이 잘 정돈된 깔끔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면 하동차밭은 자연을 거슬리지 않는 투박함이 있다. 조경이나 주위와의 조화는 애당초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산자락에 공간만 생기면 차종자를 뿌렸다. 쌍계사에서 칠불사로 가는 길에 만나는 차밭이 대표적이다. 급경사의 산에 이따금 무리지어 모여있는 차밭이 펼쳐진다. 계곡이 가로지르고 있지만 물살마저 예사롭지 않다. 건너편 바위에 밧줄을 묶어둔 배를 타고 줄을 당기며 건넌다. 차밭에 오르는 길도 난코스다. 네발짐승처럼 엉금엉금 기어서야 당도할 것 같은 산을 올라야 겨우 도착한다. 산세가 험해 밧줄이라도 묶지 않고 작업을 하면 낭떠러지로 곤두박질할 것 같은 느낌이다. 하동차를 야생차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딴 찻잎은 가마솥에서 익히고 비벼면서 말린다. 이런 과정을 '덖음'이라고 부르는데 하동차를 덖음차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를 덖어내면 은은한 향기를 띠며 향이 오랜 시간 우러나온다. 대신 고압의 증기를 뿜는 기계를 통해 말려낸 증제차는 향이 빨리 우러나는 대신 쓴 맛이 강하다. 대부분의 고급 녹차는 덖음의 과정을 거치며 티백형 녹차는 증제차가 많다.

찻잎따기가 절정에 달하는 20일부터 23일까지 하동 쌍계사일대에서 '하동야생차문화축제'가 개최되며 이 시기에는 관광객들이 직접 찻잎따기에 참가할 수 있다. 또 곡우 이전에 잎을 따낸 우전(雨前) 등 고급녹차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도 가능하다.

아무리 맛있는 차도 제대로 된 찻잔에 우려내야 맛이 배가되는 법. 차의 고장인 하동의 또 다른 자랑거리로 백련리 도요지가 있다. 연꽃이 많아 백련리라고 불리는 이 곳은 예부터 샘이 많아 새미골이라고도 불린다. 분청, 백자, 상감백자 등을 굽던 가마터 4개가 발견됐는데 이중 한 곳은 통일신라시대, 나머지는 조선시대의 것이다. 이 곳 도요지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일본의 국보로 지정된 '정호다완(井戶茶碗)'이 이 곳에서 발견된 도자기와 흡사하기 때문. 정호라는 이름이 샘골을 뜻하는 말인데다 조선시대 이 일대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갔다고 전해지고 있어 더욱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현재 이 곳에 도예인들이 모여 옛날의 영화를 재현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 중 장금정씨가 운영하는 새미골가마터는 영화 '취화선'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 촬영 당시 수랏간의 모든 사기그릇을 이 곳에서 주문제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장에서 직접 도자기굽기 체험행사에 참여할 수도 있으며 자신이 제작한 도자기를 택배로 받아볼 수도 있다.

/하동=글·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 하동 패러글라이딩 대회

5월 하동에는 정과 동의 축제가 동시에 열려 차분함속에서 짜릿한 흥분을 느낄 수 있게 됐다. 전자는 야생차축제, 후자는 패러글라이딩이다.

16일부터 23일까지 지리산 능선인 형제봉에서 열리는 '제1회 아시아 패러글라이딩 선수권대회' 는 아시아지역에서 패러글라이딩 종주국으로 평가 받는 한국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대회는 세계선수권대회, 유럽선수권대회와 함께 세계 항공스포츠를 관장하는 국제항공연맹이 인정하는 3대 공식행사. 일본, 중국, 인도, 대만 등 아시아를 비롯, 미국, 호주, 러시아, 스위스 등 세계 15개국 140여명의 선수가 이미 출사표를 던졌다.

해발 1,115m높이의 형제봉에서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악양면 평사리 벌판을 지나 정해진 몇 군데의 턴 포인트를 돌아 섬진강변에 착륙하기까지 선수들이 비행해야 할 거리는 40∼100㎞. 긴 구간을 비행해야 하기 때문에 완주율이 많게는 30%, 적게는 10%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경기이다. 선수들에게 엄청난 실력과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항공 스포츠의 크로스컨트리'라고 불린다.

하동군은 형제봉이 동풍일 때만 비행이 가능하다는 협회측의 건의를 받아들여 맞은 편에 있는 구제봉(해발 700m)에 서편이륙장을 개발하는 등 행사준비를 마쳤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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