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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4.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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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마법처럼 변하는 자연이라더니….' 봄을 쫓아 다닌 지 두 달이 지나면서, 입에 슬며시 담게 된 말입니다. 짧은 감탄사와 함께요. '아, 이게 바로 자연의 힘이구나!'눈이 채 녹지 않은 지리산 뱀사골에서 고로쇠나무들이 수액을 내뿜기 시작한 2월 말부터 강원 백두대간에 풀들이 무성하게 돋아 오르는 5월 초까지. 어느 지역에서 무슨 꽃들이 피는지 전국지도를 보며 더듬기도 하고, 왜 이렇게 봄이 더디게 오는지 발을 구르기도 했던 기간이었습니다.

겨울만 해도, 사진 걱정은 따로 할 필요가 없었죠. 명승지에 가면 함박눈 하나만으로도 그림은 환상적이었죠. 문제는 겨울은 가는데 봄은 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손톱의 찌든 때처럼 응달에 쌓인 잔설과, 앙상한 몰골을 벗지못한 나뭇가지들은 우중충하고 너저분하다 못해 추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어디를 가든 썰렁하고 허탈한 심정이었습니다. 불과 한달 전 월악산을 등반할 때만 해도 산 정상은 회색빛의 겨울나무들로 간신히 몸을 가리고 있었죠. 그 와중에 푸른 잎이 살짝 핀 모습만 보면 어찌나 반갑던지. 잡초 하나까지 싱그럽게 느껴질 정도였죠.

그러다 어느 틈에 다가온 신록. 새삼 봄의 아름다움과 활력이 무언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번 찾았던 선운산과 이번 대관령의 목초지에서 '봄의 빛깔이 바로 이거구나' 라는 절로 감탄이 나왔죠. 연초록의 빛깔이 눈이 부실만큼 투명했습니다. 봄은 그저 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묵은 때를 벗기며 아주 힘겹게, 그러나 도도하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확인한 거죠.

그러고 보면 여행취재를 맡았던 지난 여름부터 올 봄까지, 사계절을 다 훑어보게 됐습니다. 우리의 사계절이 마법처럼 신기하고 경탄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을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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