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이라크인 수감 실태 보고서 전문이 공개되면서 미군이 이라크 전역에서 '무차별 구금 → 가혹 행위 심문 → 불법 장기 수감'으로 이어지는 인권 유린 행위를 일상적·조직적으로 저질렀음이 드러났다.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인 수감자 중 70∼90%가 억울하게 구금됐으며 가혹 행위는 미군의 의도적 '심문 과정의 일부'였고 최소한 10곳의 수감 시설에서 '고문과 다름없는' 가혹 행위가 이뤄졌다. 이로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소수 병사의 비 미국적 행위'란 강변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이 보고서는 적십자가 2월 미국과 영국에 비공개 전달한 것으로,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전문을 입수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가혹 행위는 체계적 심문 수단
미군 정보 장교 등은 적십자에 "이라크인 수감자에 대한 비인간적 행위는 자백이나 정보, 협조를 받아내기 위해 조직적으로 사용한 군 정보 수집 과정의 일부"라고 인정했다. 보고서는 "가혹 행위는 심문 단계에 집중됐으며, 일반 수용시설 이감 뒤에는 그쳤다"며 미군이 이를 심문 기법으로 사용했음을 밝혔다. 미군은 심문 전담고위 장교를 따로 뽑기도 했다.
가혹 행위는 학대 사진이 공개된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의 이례적 상황이 아니라 미군 수감시설에 만연했다. 바그다드 공항과 티크리트의 미군 정보부대, 후바니아의 미군 기지 등 최소한 10곳 이상의 시설에서 가혹 행위가 자행됐다.
마구잡이 체포와 불법 장기구금
미군 관계자 등은 "이라크인 수감자의 70∼90%는 전투 부대의 폭력적 방법으로 '실수로' 체포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 등은 이라크의 일반 주민에게도 과도한 무력을 행사했다. 밤 중에 문을 부수고 들어가 가족을 한 방에 몰아 넣고 가구를 부수고, 주먹 발 소총으로 폭행했다. 노인이나 장애인을 가리지 않고 집안의 성인 남자를 모두 연행한 적이 많으며, 13∼81세의 모든 마을 남자를 무차별 체포한 경우도 있었다.
수감 시 가족면회, 변호사 선임이 거부되거나 제약된 경우가 많으며, 6개월 마다 법원의 수감 여부 재검토를 받도록 한 제네바 협약의 준수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또 이라크인 수감자 4만3,000명 중 600명만 사법 당국의 판단을 받았다.
추가 가혹 행위
보고서는 수용시설 내 감시 초소에서 비무장 수감자들에게 사격을 가해, 여러 명의 수감자가 숨졌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제 앰네스티는 이날 영국군이 8살 이라크 소녀와 결혼 행사에 참석한 22세 청년을 사살하는 등 저항 의사나 능력이 없는 민간인을 사살했다고 폭로했다.
특히 바그다드 공항 미군 기지에 수감된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고위 측근50여명은 '특별한 학대'를 받고 있다. 이들은 빛이 완전 차단된 작은 독방에 몇 달째 갇혀 있으며, 하루에 40분만 밖에 나올 수 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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