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세대에게 클래식 음악의 참 맛을 전할 방법이 없을까."'눈으로도 즐기는 클래식'을 표방한 위성채널 KBS KOREA의 '클래식 오디세이'(일 오전 9시·오후 4시, KBS 1TV에서는 밤1시 방송)는 민승식(사진) PD의 이런 소박한 바람으로 시작됐다. "틀에 박힌 연주회 실황중계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영상에 선율을 실어보기로 했죠. 헌데 뮤직비디오를 찍자고 하니 '대중가요 가수나 찍는 걸 어떻게…' 하며 펄쩍 뛰고 욕 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4년 가까이 뚝심 하나로 드넓은 음악의 바다를 항해해온 '클래식 오디세이'호가 16일로 항해 200회를 맞는다. 출연자 섭외에 애 먹던 것도 이제는 옛말. 조수미 백건우 장영주, 르네 플레밍, 피터 비스펠베이, 사라 브라이트만 등 세계적 정상급 음악가들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갔다. "외국 유명 음악가들도 한국에 오면 가장 먼저 우리를 찾는다"고 자랑하던 민 PD는 "하긴 달리 갈 데도 없다"며 웃는다. 국내 유일의 클래식 전문 TV 프로그램이라는 얘기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KBS에는 10, 20년 넘긴 프로그램이 여럿 있지만, '클래식 오디세이'의 200회 맞이가 각별히 값지게 느껴지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조연출도 없이 200회를 끌어온 민 PD는 "정갈한 진행 솜씨와 열정을 보여준 정세진 아나운서 덕분"이라며 공을 돌린다. 정 아나운서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누구 부탁 받고 출연시키는 일은 절대 없어요. 품질이 안 떨어지니 오래 갈 수 있는 거죠." 9시 뉴스 앵커도 맡고 있는 그녀는 "1,000회는 넘겨야죠. 저도 100회쯤 더 진행하고 싶어요"라고 욕심을 낸다.
'클래식 오디세이'는 애니메이션을 접목한 '애니 클래식', 꼬마 마니아를 위한 '꾸러기 클래식' 등 다양한 실험으로도 눈길을 끈다. 해외 페스티벌 수상도 잇따랐다. "유명 음악가들도 영상자료가 턱없이 부족해 늘 아쉬웠다"는 민 PD는 '우리시대 음악가 10명'의 음악세계를 집대성하는 작업에도 나서고 있다.
16일에 방송될 200회 특집은 7일 KBS홀에서 열린 기념음악회 '클래식 파라디소' 중계로 꾸민다. 드미트리 키타옌코가 지휘하는 KBS 교향악단의 연주로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라벨의 '다프네와 클로에' 모음곡 2번 등을 들려준다. 최희연 서울대 음대 교수가 협연하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도 준비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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